채색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에 고집스럽게 매달려온 한국화가
서정태씨가 동산방화랑(15~28일)과 금호미술관(15일~5월3일)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전통채색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형태와 색채변형을 통해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그가 4년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서씨의 그림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성실성에 바탕을 둔 고집과 장인정신
이다.

장지 앞뒷면에 아교를 바른후 호분을 여러번 먹인 다음 그것을 반복해서
구기고 펼침으로써 얻어낸 독특한 마티에르.

그는 이를 화판에 옮겨놓고 그 위에 짙은 청색을 입힌후 정교하게 형태를
잡아나간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푸른 초상"연작 60여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들이다.

그가 청색과 회색을 주조로 그려내는 "푸른 초상"의 대상들은 눈과 손이
강조된 형태로 화면속에 나타난다.

보통 해와 달 새 꽃 나무와 함께 배치되는 이들 대상은 음산하고 무거운
분위기속에서도 관능적 느낌을 준다.

그 속엔 질기고 눅눅한 욕망, 육체와 정신의 이질성, 우울한 현실에 대한
성찰같은 것들이 담겨있다.

일종의 강박관념처럼 어느 한 곳 허술함없이 화면을 꽉 채워나가는 그의
작업은 그래서 "상실이나 보호본능, 또는 충족되지 못한 욕망과 관련이 있는
것같다"(박영택 미술평론가)는 평을 듣는다.

1백호안팎의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5백호 1천호의 대작도 함께 선보인다.

동산방화랑(733-5877)에 25점, 금호미술관(720-5114)에 35점이 각각
걸린다.

<이정환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