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등 채권단의 요구대로 국내 경제제도및
기업경영관행등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부실금융기관 정리,기업부채의 획기적 감축을 포함한 기업개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기업과 금융부문의 개혁을 실무적으로 지원할 세계은행이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곧 업무를 개시한다.

스리람 아이어 초대소장을 만나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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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IBRD가 한국의 경제구조 개혁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두 기관이
기본적인 접근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IMF와 IBRD는 기본적으로 상호보완적이다.

IMF는 보다 매크로(Macro)한 측면에서 한국정부의 개혁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조정이라든가, 금리정책 제시 등이 그것이다.

이에비해 IBRD는 마이크로(Micro)한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IBRD가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크게 3분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금융개혁이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근본적인 이유가 취약한 금융시스템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과다한 부실대출이 단적인 사례다.

둘째는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이다.

기업이 방만하게 경영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는 감시장치가 결여돼 있다.

셋째는 사회분야다.

낙후된 노동관행등을 고치는 것이 관심사다"

-금융시스템 개혁을 위해 IBRD가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건전한 금융관행을 정착시켜 현금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위해선 부실대출 관행이 더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1차적인 개혁대상에 올라 있는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런 개혁 프로그램을 감시하기 위해 워싱턴 본부에서 4-5명의 상주인원을
한국에 파견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8-9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는 한국의 개혁과정을 세심하게 지켜볼 것이며 경우에 따라선 구체적인
협상에도 나설 것이다"

-두 은행(서울 제일은행)을 누가 인수할 것으로 보는가.

만일 걸림돌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

"미국 유럽 등에 있는 다수의 은행들이 인수희망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들었다.

현 시점에서 누가 유력한지는 모른다.

인수의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위험부담을 안고도 한국에 들어와 충분히 장사를 할수 있는지의 여부는
가격에 달려 있다.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한국은 아직 충분한 메리트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본다"

-서방인수자들이 불평하는 대표적인 것중의 하나가 투명하지 못한
재무제표다.

이 문제가 어느정도 심각하다고 보는가.

"앞으로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

IMF와 IBRD가 요구하고 있는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하지만 한국정부와 기업,금융기관의 의지가 강해 꼭 이루어 낼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의 관심은 추가자금을 확보하는데 있다.

IBRD 자금은 언제 추가지원되는가.

"IBRD는 IMF의 한국지원 패키지 5백70억달러중 최대 1백억달러를 부담할
계획이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50억달러가 지원됐다.

나머지는 한국 정부와 구체적인 협상을 거쳐 집행할 계획이다.

물론 이것은 개혁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는 것이 전제다"

-고금리 정책에 대해 IMF와 IBRD간의 약간의 견해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죠세프 스티글리츠 IBRD 부총재는 최근 IMF가 요구하는 고금리 정책은
내수침체를 불러와 오히려 금융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한국의 금리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스티글리츠의 지적대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고금리해소를 너무 빨리 서두를 경우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보다 시급한 것은 환율안정이다.

멕시코의 경우가 이를 증명한다.

94년 외환위기에 빠지자마자 멕시코정부는 금리를 서둘러 낮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역작용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위기탈출시기를 96년
2.4분기로 늦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은 신정부들어 외국자본에 대한 국내시장 투자 제한조치를 전면적으로
풀었다.

이 조치가 국내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는가.

"한국시장은 아직까지도 상당히 폐쇄적이다.

가까운 중국만 보더라도 이미 몇년전부터 외국자본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개방을 통해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 효율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신정부는 최근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99년까지 2백%로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기업들은 대부분 이것이 도저히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조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채규모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기업에게 똑같은 규정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산업이나 기업마다 상황이 다를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스별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IBRD는 한국지원 프로그램을 산하기관인 국제금융공사(IFC)와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IBRD가 공공부문의 개혁정책에 집중한다면 IFC는 민간부문에 대한 구체적
인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든다면 IBRD가 한국에 지원키로 한 1백억달러와는 별개로 IFC는
하나은행과 장기신용은행에 별도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 정종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