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됐으나 해외현지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자동차 재고가 유럽에서만도
20만대를 넘어섰다.

밀어내기식 수출이 한계에 부딪친 셈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 대우 기아 등 자동차메이커들은 내수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수출 늘리기에 노력하고 있으나 해외 현지재고가
크게 늘어나 수출 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

서유럽만 따져도 현대 대우 기아 3사의 재고는 이미 21만대에 이른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밝힌 3사의 한달 판매량은 2만6천9백대(3개월
평균).

쌓여 있는 재고가 8개월치에 이른다는 얘기다.

적정 재고(4개월분)의 두배다.

업체별로 보면 얘기는 더욱 심각하다.

서유럽지역에서 한달 평균 2천6백대를 파는 기아는 재고가 4만6천대다.

무려 1년 6개월치다.

대우의 재고는 8만대.

한달 판매량이 1만대 수준이니 8개월치의 재고를 안고 있는 셈이다.

현대도 재고가 8만대로 5개월치를 넘겼다.

현대의 재고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이 대리점을
통한 신용장(LC)베이스이기 때문이다.

대우와 기아는 현지법인과의 인수도지급조건(DA)거래 방식이다.

판매가 크게 늘고 있는데도 재고가 쌓이는 것은 내수부진으로 생산을
수출라인에 집중, 수출에 과중한 부담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1~2월중 현대자동차는 유럽시장 판매가 40%나 늘었다.

대우도 25% 증가했다.

기아만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런 사정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시장에 대한 수출은 모두 현지법인과의 거래다.

현대와 기아는 모두 미국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수출물량이 많아 재고는 서유럽이나 같은 형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남아의 경우는 상황이 더 안좋다.

경기침체로 워낙 판매가 부진해 10개월전에 수출된 차도 아직 팔리지 않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수출실적이 좋지 않다.

환율이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하는데도 올 1~2월 수출은 12만2천5백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고작 1천5백대가 늘었을 뿐이다.

더욱이 작년 1월에는 노동법관련 파업으로 생산을 하지 못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다른 제품과 달라 수출이 급격히 늘 수 없는
제품"이라며 "내수시장이 살지 않고서는 자동차업계의 존립기반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김정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