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들이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화교자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방의 헤지펀드(국제투기성자금)에 의해 국내시장이 교란당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그동안 백안시해왔던 화교자본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30여년간 철저한 자국민 우대정책을 유지해왔고 특히
화교자본의 말레이시아 경제장악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금융 위기가 아시아 지역을 강타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자국민 우대정책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서방에까지 자본시장을 개방하는터에 화교자본에 대한 규제를 더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에따라 말레이시아인 우대정책의 핵심이 돼온
"외국인 주식양도의무비율(30%)"을 인하하는 방법으로 화교자본의
말레이시아기업에 대한 단독 또는 합작 출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화교자본이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할 경우 전체주식의 30%를
의무적으로 말레이시아인에게 양도해야 하는등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차별이 많았었다.

마하티르 총리는 최근 "기업전체가 망하는 것보다 일부라도 구제되는 쪽이
낫다"며 "통화위기에 처한 말레이시아 기업을 구제하기 위해선 화교자본의
유입을 자유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또 정보통신관련 산업을 집중육성하기 위해 외국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경제특구"를 설치키로 했다.

위기극복에 화교자본을 이용하기는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

경제개혁을 놓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일전을 치르고 있는 수하르토
대통령은 최근 새내각을 구성하면서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상공장관직에 화교출신(무하마드 봅 하산)을 처음 등용했다.

IMF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려는 수하르토에게 화교자본은
서방자본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매년 전세계에 퍼져 활동하는 화교 기업인들을 하나로
엮는 "세계화상회의"를 열어 화교자본 엮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남아국들이 이처럼 화교자본에 적극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서방
자본에 대한 지나친 의존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동안 서방자본, 특히 투기성 핫머니가 아시아 위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아온데 반해 화교자본은 동남아 국가들에서 제조업 등에 강한 뿌리를
내리고 있어 우호적인 자본으로 인식돼왔다.

특히 홍콩 대만을 제외한 동남아국 화교들의 총 자산규모는 무려 3조달러에
달해 화교자본만 잘 활용하면 서방에 의지하지 않고도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등은 2차대전 이후 근대국가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이미 자국내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던 화교들을 추방하기 위해
정치경제적인 노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금융위기는 역시 "돈"의 위력을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 정종태 기자 >

[[ 주요 동남아국별 화교계 기업 ]]

<>태국

= 방콕은행, 샤로엔 폭팡(부동산 제조업), 방콕랜드(부동산), 대성은행

<>인도네시아

= 샤림그룹(시멘트 자동차 금융), 아스트라(자동차 중전기 금융),
봅 하산(목재업)

<>말레이시아

= 로버트 콱(부동산 호텔), 겐팅(부동산), 홍레옹(부동산 금융),
오리엔털(부동산)

<> 싱가포르

= 화교은행, 원동기구(부동산), 대화은행, 리그룹(식품), 화련은행

<> 필리핀

=루치오 탄(담배 부동산), 탄유(호텔 부동산), 조지 S.K(금융 부동산)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