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A와 B는 팽팽한 라이벌이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상황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이기고 지던 골프가 금년들어서는 A의 연전연승으로 바뀐 것이다.

대결의 초반 흐름은 지난해와 별반 다름이 없었다.

전반 9홀까지는 언제나 같은 스코어이거나 1타차에 불과했다.

그러나 후반들어 한홀에서 B의 골프엔 전에 없던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가
나타났다.

그 한홀 차이가 결국은 최종 스코어차이로 남거나 아니면 더 큰 격차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

B는 처음에 별 신경 안썼다.

"돌고 도는 게 골프"임을 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줄곧 A의 우위가 지속되자 B도 분석에 들어갔다.

"A가 달라진 것은 퍼팅이다.

지난해까진 1m퍼팅을 가끔 놓치곤 했는데 지금은 죄다 들어간다.

중거리 퍼팅 성공률도 아주 좋아졌다.

본인도 이제는 퍼팅라인이 눈에 확실히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면 내가 퍼팅싸움에서 지는 것인가.

퍼팅은 심리전인데 결국 심리적측면에서 지고 있다는 얘기인가"

B는 "그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차이는 퍼팅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었다.

17개홀을 비슷하게 치지만 단 한홀에서 트리플보기가 나타나는 것은 분명
"기본스윙 차이"일수 밖에 없었다.

한라운드 18홀을 다 일관성있게 치는 스윙과 어떤홀에선가 트리플보기가
나오는 스윙은 분명 엄청난 스윙차이였다.

전에는 그같은 스윙차이가 B의 쇼트게임으로 커버됐으나 A의 쇼트게임이
B수준이 되자 남은건 "스윙의 일관성"뿐이었던 것.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

아니다.

그 IMF라는 것도 요인이다.

A는 수출업자이고 B는 수입업자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