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모양새가 꼭 샅바싸움에 열중하고 있는 씨름판 같다.

시원스레 오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잘 내리지도 않는 양상이 5일째
지속되고 있다.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마치 비지땀을 쏟아내면서도 좀처럼
승부를 내지 못하는 씨름판의 모습이다.

대세가 이렇다보니 한때 시장 주도주로 명성을 날리던 블루칩과 수출
유망주에 대한 주문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증시 관계자들은 주식시장의 이같은 소강국면에 대해 떨어졌던 주가가
금년들어 용수철처럼 튀어오른 것은 외국인의 매수세 덕분인데 그런
외국인이 원.달러환율 하락과 함께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상승탄력이
둔화되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면 실망매물이나 이익실현 매물이라도 쏟아져야 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수급을 중시하는 이들은 "국내 기관과 일반인들이 팔고 싶은 만큼
팔았으니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수급상으로 보면 팽팽한 샅바싸움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수급상의 문제만으로 시장을 움직이는 주도세력이 쉽사리
승부수를 띄우지 않고 있는 대목을 시원스레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에대해 일부 관계자들은 "지난 1~2월의 주가 반등에 대한 성격규명이
끝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동안의 주가상승이 낙폭과대에 따른 자율반등인지, 대세상승
초기국면인지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않는 것이 주가는 물론 거래도
소강국면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무튼 수급여건은 분명 증시에 우호적이지만 한국경제의 진로에 대한
논란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활개를 치고있지만 둘다 나름대로의
설땅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주가전망의 현주소다.

< 허정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