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의 덩치가 현물시장보다 커지자 이젠 선물이 현물을 움직이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18일 오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현물시장에서 분가한 아우가 본가 형님을 좌지우지하는 격이다.

전장 한때 4.64포인트 내렸던 종합주가지수가 10시10분께 갑자기
11.2포인트나 치솟자 증권사 전화통엔 불이 났다.

"외국인 매수세가 폭발한 것인지, 대형 호재가 돌출한 것인지"

기관투자가는 물론 객장고객까지 문의전화를 해대는 바람에 증권사
직원들은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 시간까지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는 50억원에 불과했고
손에 잡히는 호재도 없었다.

결국 매도차익거래를 청산하려는 현물 매수세와 오름세를 보인 선물이
현물투자자를 자극한 때문으로 판명됐다.

하태형 동양증권 파생상품팀장은 "선물가격이 이론가는 물론 현물보다
낮은 상태에서 현물주가가 반등조짐을 보이면 선물을 매도한 투자자
입장에선 시간을 다퉈 환매수하려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8일 오전장에 바로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선물가격이 치솟고
4백35억원이나 되는 매도차익거래 가운데 일부가 포지션 청산에 나서면서
선물시세가 현물을 큰 폭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선물시장의 요술이 현물주가를 움직인 것으로 결론이 나자 치솟던 주가는
곧바로 4포인트 정도의 반등으로 원위치 됐다.

장중 저가 510을 발판으로 상승장을 기대했던 증권사 관계자들도
"기술적 반등 수준"이라며 허탈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이달들어 17일까지 선물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조2천40억원으로
현물시장의 1.75배나 된다.

지난 2월의 1.33배보다 높아졌다.

현물시장에 대한 선물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조짐이다.

< 허정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