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산업의 기반이 침하위기를 맞고 있다.

건설유통업에서 시작된 연쇄부도 행진은 전업종으로 번져가는 추세다.

신규투자는 꿈도 못꾼다.

일부에선 생산설비까지 팔아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초우량 기업도 급전 막기에 바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고환율 처방이 실물경제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내수는 작년 같은기간보다 20~30%가 줄었다.

산업생산도 10~15% 감소했다.

1, 2차 오일쇼크 때보다도 큰 "충격"이다.

수출이 살 길이라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지난달까지 수출증가율은 11.2%나 됐지만 금 수출분을 빼면 실제증가율은
1.8%에 불과하다.

산업별로 우리 경제의 기반이 어느정도 흔들리고 있는지, 대책은 무엇인지
상세히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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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

국내 자동차수요는 올들어 급격히 감소, 1~2월 내수가 노동법 파동이
있었던 97년 당시에 비해서도 53%나 줄었다.

2차 오일쇼크 때보다도 심각하다.

게다가 폐차와 중고차수출이 늘어나면서 차량 등록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수출 역시 부진하다.

원화약세로 가격경쟁력이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2월까지 수출은
97년보다 1% 증가하는게 그쳤다.

정상조업 시기였던 96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27%나 감소했다.

이렇다보니 생산도 엄청나게 위축돼 있다.

2월까지 생산은 97년보다는 27%,96년보다는 43% 줄었다.

차종별로 1주일에서 길게는 한달간 조업이 중단됐다.

따라서 지난 1~2월의 공장가동률은 30~40%에 불과했다.

고금리로 인한 부품업체의 도산은 더욱 심각하다.

< 김정호 기자 >

[ 반도체 ]

공장은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으나 설비투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게
문제다.

고금리, 고환율, 대외신인도 하락 등으로 반도체업체들은 투자자금을
조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있다.

올해는 2백56메가D램, 12인치 웨이퍼 등 차세대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를 시작해야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올해 국내 업체들의 설비 투자액은 지난해의 절반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금까지 매년 40억달러에서 50억달러정도 투자했으나 올해는 많아야
30억달러정도 투자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설비투자 축소는 반도체 장비업체들을 어렵게 하고있다.

반도체 장비업체는 정부와 업계의 장비국산화 정책에 따라 지난 90년대초에
대부분 설립됐다.

현재 90여개사가 국내 수요의 10%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주문감소로 가동률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 박주병 기자 >

[ 가전 ]

올들어 2월말까지 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이상 줄었다.

IMF한파로 가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대체수요가 거의 실종됐다.

신혼부부들의 신규구매만이 그런대로 유지되는 상태이다.

내수침체는 생산라인 가동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 임세경 전무는 "내수 생산라인이 40%가량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 생산라인은 그나마 유연성이 있어 수출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불행중 다행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또 원자재 수입가의 급등으로 품목당 평균10%정도 가격 인상요인이 있으나
반영키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수익성 급감으로 가전 3사의 5천개에 이르는 대리점중 이미
2백여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은 수출이 비교적 잘되고 있다.

원화절하의 영향으로 당장은 채산성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수입선의 가격인하 요구가 계속돼 지금과 같은 수출채산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윤진식 기자 >

[ 기계 ]

설비투자가 얼어붙으면서 기계산업은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고 있다.

공작기계의 경우 지난 1월 내수수주가 전년보다 64%나 줄었고 이같은
추세는 2월에도 계속됐다.

3월들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기계업체는 지난해 1천5백37개 업체가 쓰러졌다.

제조업 전체부도의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1월에도 2백97개사가 넘어졌다.

공장가동률은 50~60%선에 불과하다.

환율급등으로 관급공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수입원부자재가격이 올라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 채자영 기자 >

[ 조선 ]

지난 1월 월간단위로는 사상처음으로 수주실적 전무를 기록한데 이어 2월
수주도 9척 46만t에 그쳤다.

수주잔량이 1천7백만t에 앞으로 2년간은 일감걱정을 하지않아도 되나
지금같은 추세라면 2000년 이후가 문제다.

수주활동의 최대 걸림돌은 선수금에 대한 환급보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국제신인도 하락과 한라중공업 대동조선등의 부도여파로 외국금융기관들이
한국수출입은행의 환급보증을 인정해주지않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평균 t당 수주단가도 96년 1천달러에서 97년 8백18달러로
낮아졌다.

해외선주들이 원화절하를 이유로 선가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선박건조 계약시 주는 선수금의 비중도 선박가격의 30%선에서 10~20%로
낮아졌다.

게다가 중국이 우리의 5분의1에 불과한 저임을 앞세워 국내업계의 주력인
초대형유조선(VLCC) 시장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이희주 기자 >

[ 철강 ]

건설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수요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철강업계도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올들어 강관과 철근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2.1%, 50.9%나 곤두박질쳤다.

자동차와 가전분야가 주수요처인 냉연강판도 판매실적이 36.8% 감소했다.

이에따라 올들어 생산량은 지난해 월평균에 비해 25% 감소했고 가동률은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율상승은 수출가격 경쟁력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악영향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철강 수출은 전년같은기간에 비해 45% 늘어 국내 전산업중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각 업체들이 내수부진과 자금난 타개를 위해 출혈 수출을 감행하는
바람에 채산성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지적이다.

또 고철 등 수입원자재 값이 급등한 것도 환율상승의 역작용이다.

일례로 최근 조달청이 실시한 철근 관납 입찰에 대부분 업체는 참여할
생각도 못했다.

< 윤성민 기자 >

[ 유화 ]

유화업계는 단품업체및 중소가공업체 등 전방산업의 급격한 수요감소로
위기감에 빠져있다.

중국 특수 등 특별한 호재가 없으면 상반기 내에 NCC(나프타분해공장)
8개사 모두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아서다.

올들어 내수는 지난해에 비해 25% 정도 줄었다.

각 업체들의 지난달 출하는 전년 2월에 비해 30~40%가 축소됐다.

수요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면서 큰 돈을 떼이는 경우가 많아
자금난까지 가중되고 있다.

이미 원료의 외상수입에 사용한 유전스(기한부어음)는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환차손도 만만치 않다.

1달러 1천원 이하에서 샀다가 1천6백원씩 쳐서 대금을 갚고 있기 때문이다.

유화업계는 다만 NCC의 가동률이 9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물량으로는 분명 수출은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3, 4월 정기보수를 앞두고 비축물량이 필요해 재고관리에도 문제가 적다.

그러나 합성수지 등 주요제품의 국제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해 "출혈수출"에
가깝다는 게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소재를 공급하는 철강이나 유화업체가 쓰러지면 우리
산업 전체가 붕괴한다"며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조기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권영설 기자 >

[ 정보통신 ]

황금알을 낳는다던 정보통신산업도 급성장가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의 매출증가율이 뚝 떨어지고 컴퓨터의 내수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무선통신의 경우 기존 이동전화(셀룰러폰)부문의 위축이 두드러진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이들 사업자의 매출증가율이 지난96년 1백%에서
지난해 56%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 30%,내년 8%등으로 갈수록 침체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같은 진단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개인휴대통신(PCS)과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것이다.

유선전화는 회선재판매사업의 등장으로 국제및 시외전화의 매출이 지난해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휴대폰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대량공급이 일단락된후
판매증가세가 둔화되자 수출쪽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대형3사가 올해 모두 20억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

다만 휴대폰의 부품수입 의존도가 아직은 66%에 달해 국산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컴퓨터의 경우 올해 내수판매 감소율이 노트북은 50%, 데스크톱은 10%에
이를 것(삼성경제연구소)이란 전망이다.

정보통신분야의 중소 벤처기업들이 특히 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무선호출기 생산업체들도 PCS단말기 제조를 위한 사업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내수침체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 손희식 기자 >

[ 유통 ]

유통산업은 경쟁격화에 따른 과잉투자에다 IMF이후 소비위축까지 겹쳐
대형업체나 중소업체를 가리지않고 그로기상태다.

작년 12월이후 유통업계매출(도소매판매액)이 업계가 매출집계를 시작한지
6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한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유통산업은 지난96년 대외 개방과 함께 마지막 고수익사업으로 뒤늦게
각광을 받아 대기업들이 너나 할것없이 뛰어들었다.

게다가 외국업체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지속적인 고도경제성장과 소비수요증가를 전제로 너나없이 유통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뉴코아 나산 청구 한신 진로 등이 장기 비전없이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좌초하고 만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대기업이 이런 마당에 중소유통기업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며 하나둘
쓰러졌다.

대형할인점이 하나 들어설때마다 수백개의 주변 슈퍼마켓 중소상점
재래상가들은 문을 닫을수 밖에 없었다.

유통산업의 기반침하는 지방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이미 "토착상권"이라는 말조차 없어졌다.

낙후된 경영기법으로는 더이상 견딜수 없어 결국 부산백화점을 제외하고는
이지역 토착백화점이 모두 쓰러졌다.

슈퍼마켓이나 재래상가는 말할 것도 없다.

유통업계관계자들은 "현재 유통업은 할인점 편의점 등 신유통업태가
재래상권 등 전통적인 유통업을 대체하는 구조조정과정이라고도 볼수 있지만
쓰러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구조조정이전에 붕괴될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그과정에서 서민들은 생계수단인 "가게"마저 잃어버리고 있다.

< 안상욱 기자 >

[ 건설 ]

건설업계가 고사위기에 직면했다.

올들어 지난 2월말 현재 부도로 쓰러진 건설업체는 모두 7백67개.

불과 2개월만에 지난해의 총 부도업체 1천3백52개의 절반을 넘어서버렸다.

건설업체들의 잇단 부도사태로 건설산업이 신규투자는 커녕 존립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전국의 건축허가 면적은 9백13만7천평방m.

1개월전인 지난해 12월의 1천4백27만7천평방m 에 비해 약 30%나 급감했다.

앞은 더 캄캄하다.

주택할부금융 등 금융권의 대출중단으로 전국에서 14만여가구, 약 5조원의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이 건설업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수도권요지에 공급되는 아파트도 미분양률이 50%를 웃도는가 하면 설사
분양이 잘 돼도 계약해지율이 80%를 넘어서 업계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해외건설 역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1~2월 20억3천1백만달러에 이른 수주고가 올해 같은 기간에는
3억5천2백만달러로 6분의 1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 방형국 기자 >

[[[ 업종별 최근동향 ]]]

< 자동차 >

<>1~2월 실적(전년비) .내수 : -53%(오일쇼크시 -39%)
.수출 : 1%
<>업계현황 -가동률 30~40%
-부품업체 월20여개 도산
-통상압력으로 수출환경 악화

< 반도체 >

<>1~2월 실적(전년비) .수출 : 12%
.가격 : 1월 반등 2월 하락
<>업계현황 -D램 풀가동
-업계의 투자축소로 차세대제품 선점에 차질
-미국의 덤핑제소로 수출제동

< 가전 >

<>1~2월 실적(전년비) .내수 : -30%
.수출 : -20%(달러기준)
<>업계현황 -대리점 2백곳 폐쇄
-OEM증가
-동남아 현지공장 철수 검토

< 기계 >

<>1~2월 실적(전년비) .내수 : -64%(공작기계)
<>업계현황 -가동률 50~60%
-관급공사.설비투자 지연으로 내수격감
-부도.재고 급증

< 조선 >

<>1~2월 실적(전년비) .수주 : -70%(1월 수주없음)
<>업계현황 -외국은행의 환급보증 기피
-선수금 비율하락
-기자재업계 경영위기


< 철강 >

<>1~2월 실적(전년비) .내수 : -30%
.수출 : 29%
<>업계현황 -현재 철강조합 11개사 부도
-하류부문 가동률 저하
-원자재가격 부담, 채산성 악화

< 석유화학 >

<>1~2월 실적(전년비) .내수 : -25%
.수출 : 30%
<>업계현황 -가공업체일수록 심각
-유전스 한도 축소가 걸림돌
-수출가격 급락

< 정보통신 >

<>1~2월 실적(전년비) .내수 : -40%(이동통신기기)
.수출 : 10~20%(주변기기)
<>업계현황 -외산자재의 비중이 높으나 가격인상 곤란
-중소.벤처기업의 경영난 심각

< 유통 >

<>1~2월 실적(전년비) .매출 : -10%(도매) -6%(소매)
<>업계현황 -사상 처음 매출액 감소
-중소백화점 매출 격감
-출판사 2천여개 부도위기

< 건설 >

<>1~2월 실적(전년비) .해외수주 : -73%
.건축허가면적 : -12%
<>업계현황 -올해중 7백67개업체 도산
-해외수주 난항

(실적중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은 물량기준, 나머지는 금액기준,
자료 : 삼성경제연구소)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