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그룹은 B사 등 4개 계열사를 판다더라" "C그룹은 2개 업종 빼곤 전부
정리한다더라"

30대그룹과 주거래은행간 재무구조개선약정이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카더라 통신"이 돌기 시작했다.

각 그룹의 구조조정계획이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꾸며져 전해지고 있다.

일부는 정보지에 뜬지 하루만에 사실로 확인되는 등 적중율도 높다.

거명된 회사의 주식값은 요동을 친다.

각사 주식담당자들은 투자자들의 항의성 전화에 종일 붙잡혀있다.

일부 회사에선 노조가 사실여부의 확인을 요청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루머의 출처는 불명이다.

은행들이 흘린 것 같지는 않다.

행장들이 비밀보장을 약속한데다 사안의 중요성을 잘알고 있어서다.

기업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더 적다.

각 그룹은 재무구조개선계획을 보안최고수준인 "1급비밀"로 관리하고
있다.

작성자를 빼곤 사장단 중에도 일부만이 볼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최근 루머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 시작돼 은행, 기업으로 번지며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루머에 오르면 순식간에 어음이 돌아오고 대출금상환요구가 빗발치는게
요즘 상황이다.

그래서 기업 주변에선 "애초에 구조조정계획을 내돌린 게 잘못됐다"(K그룹
자금담당 L전무)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부채비율 감축 <>자구 및 차입금 상환 <>계열구조 조정 개선 등에
대한 수년간의 일정이 담긴 계획이 기업 밖으로 나간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업으로선 자사 임직원의 입을 막을 수 있지만 은행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관련자들이 퇴임하는 경우는 속수무책이다.

모그룹 관계자는 "기업자금조달난이 극심한 요즘은 루머 하나로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다"며 "단속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영난이 가중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들은 계획 이행여부를각 그룹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이 기업의 목을 죄는 올가미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채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지 약속을 얼마나
잘지키냐가 아니기 때문이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