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전체를 실리콘섬으로 만들자"

대만업체와 정부가 대만을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시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공격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어 3~4년내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막강한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대만은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외환위기에서
비껴나 있어 이같은 전망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최근 한국의 KSTC와 대만 NTC사에 의해 저질러진 첨단반도체 기술유출
사건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만 견제를 위해 한국업체와 정부가 종합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대만업체들 =대만업체들의 투자규모는 한국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각사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주요 8개사가 향후 10년동안 6백6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UMC가 2백억달러, TSMC가 1백60억달러, 윈본드및 마크로닉스가 각각
80억달러등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NTC도 4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업체에 비해 최소한 3배를 넘는 것이다.

한국업체들은 IMF체제라는 경제위기사태를 맞아 중장기투자계획을 잡지도
못하고 있어 어떤 면에서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실정이다.

<> 얼마나 따라왔나 =대만업체들은 메모리반도체를 본격 생산한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일본과 미국 독일업체들로부터 첨단기술을 이전받아
맹추격하고 있다.

양산기술을 기준으로 볼때 한국업체들이 64메가D램의 3세대기술을 확보한
반면 대만의 선발업체들은 64메가 1~2세대 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술격차는 불과 1년정도로 좁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대만은 자국 업체들끼리 기술을 공유하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반도체업체들이 한국과는 달리 수십개 업체가 공동 출자해 설립된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다 주주사들이 2~3개 반도체업체에 중복 출자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쟁사라는 의식이 희박하며 첨단기술이 일단 대만에 흘러들어가면
타사에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한국의 대응전략 =대만을 견제하기 위해선 우선 투자여력을 확보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경제위기상황이어서 재원마련이 쉽지 않지만 타부문의 투자를 줄여서라도
반도체 기술의 우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

이는 대만견제뿐 아니라 한국반도체산업의 활로개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두번째로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 산업스파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세번째는 국내업체간 인력이동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국내 반도체업체들 사이엔 인력스카우트방지협약이 체결돼 있다.

따라서 고급기술인력은 전직을 하려해도 국내 타사로 움직일 자리를 찾기
힘들다.

산업연구원 주대영 부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결국 대만
등 경쟁국의 문을 두드릴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라며 엄격한 인력이동제한을
어느정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