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뉴욕외채 협상 타결후 겨우 가닥을 잡아가던 경제가 다시 꼬이며
흐트르지는 조짐이다.

노.사.정합의를 뒤집은 민노총이 지하철노조를 시작으로 파업을 선언하는
등 노사관계가 흔들리고 있는데다 현정부와 당선자측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제정책을 마구잡이 식으로 내놓으며 혼선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확대에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
다우코닝사의 국내 유치도 끝내 실패로 돌아갔는가 하면 국회마저 여야간
힘겨루기가 재연되며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외채연장 협상을 앞두고 나타나고 있는 이런 이완
현상은 새로운 외환위기를 초래케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증폭시키며 경제
주체들의 각성이 촉구되고 있다.

11일 재계와 민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민노총의 파업 선언으로
노.사.정 합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최근 급속한 회복조짐을 보이던
국제신인도가 다시 하양곡선을 그릴 위기에 빠졌다.

노.사.정 합의 당시 10%나 급등했던 한국물 주식예탁증서의 가격이 유럽
에서 6%나 급락하는 등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앞으로 근로자들의 파업이 발생하거나 대기업이
부도를 내는 경우 한국은 또 다시 외환위기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 왔다.

미국의 CNN이 아시아지역 경제 톱뉴스로 한국의 대규모 파업가능성을
다루는 등 외국 언론들의 시각도 일제히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다우코닝 공장의 유치 실패는 외국인 직접 투자유인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앞으로 2020년까지 모두 28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던 다우코닝이
새정부측의 적극적인 유치의지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를 선택함에 따라
한국이 "기업하기 어려운 곳"이란 이미지만 고착시키게 됐다.

혼선을 빚고 있는 경제정책역시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국제신인도 하락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정부측의 대통령직 인수위, 비상경제대책위 등이 잇달아 정책을 마련하고
있고 현정부의 재경원 공정위 통산부 등도 유사한 경제정책을 입안하면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새로운 제도가 양산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권력이양 과정에서 경제부처간 이견을 조율할 중심축이 없어 정책의 신뢰도
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고금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처럼 국제적인 신뢰도가 추락할
조짐을 보이자 재계는 원자재공급선들이 신용거래 비중을 줄이고 그에 따라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오후 30대그룹 기조실장 회의를 갖고
노동계의 파업자제와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자본 유치를 촉구했다.

한편 기업관계자들은 직접투자 조인트벤처 인수.합병(M&A) 등 어떤 형식
으로든 외국자본유치를 확대하는 것이 경제위기 극복의 관건"이라고 전제,
"다우코닝 유치 실패를 국내 기업환경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