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원인사가 시작됐다.

지난 5일 평화은행이 은행장후보와 감사후보를 추천한데 이어 대동
동남은행등도 이번주중 은행장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9일 "은행장 인사를 앞두고 당내 인사들이
간접적이라도 인사에 개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천명함에 따라
임원인사의 방향과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올해 30개 예금은행과 유관기관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은 총 1백15명.

16개 시중은행이 67명이고 10개 지방은행이 24명이다.

또 4개 특수은행의 임원 16명과 은행연합회 등 유관기관임원 8명도 올해
신임을 물어야 한다.

임기만료되는 은행장만 10명이다.

임기만료 임원숫자만 봐도 올 인사는 "태풍"이다.

그러나 인사대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임기에 관계없이 외환위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경우 부실경영에 책임을 물어 대부분 임원을 퇴진
시킨다는게 정부의 방침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걸맞게 은행임원수를 1~2명 줄인다는게
은행장들의 구상이다.

여기에 정권교체기에 나타나는 "구시대 인물들"의 자의반타의반 퇴임을
감안하면 올 임원인사는 가히 매머드급이다.

우선 은행장인사를 보자.

올 임기만료되는 행장은 이규증 국민은행장 허한도 동남은행장 허홍
대동은행장 박종대 평화은행장 서덕규 대구은행장 윤은중 충청은행장 박영수
광주은행장 김성인 제주은행장 박찬문 전북은행장 김광현 장기신용은행장 등
10명이다.

이중 박종대행장은 박태규전무에게 물려주고 퇴임키로 확정됐다.

관심의 초점은 중임만료인 이규증행장이다.

이행장은 이미 3연임에 대한 마음을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대권"을 언제 송달호전무에게 물려 주느냐다.

이행장의 임기는 오는 7월27일 끝난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용퇴할지, 아니면 7월에 용퇴할지가 관심사다.

김광현행장의 거취도 주목의 대상이다.

김행장은 초임만료이긴 하다.

현재로선 중임가능성이 반반이다.

김행장은 이번주중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만일 김행장이 퇴임하면 공채 1기인 김명준전무가 자연스럽게 바통을 이어
받을 전망이다.

허한도행장과 허홍행장은 두 은행의 장래가 변수다.

기협중앙회에서 두 은행매입의사를 밝힌데다 합병에 대한 논의도 상당히
무르익고 있어서다.

그러나 주총전 돌발변수가 없는한 두 행장 모두 연임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장중에선 박찬문행장이 단연 관심.

박행장은 한국은행총재 등으로 거론되고 있는터라 영전 아니면 중임이
유력하다.

중임만료인 윤은중행장은 퇴임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서덕규행장은 중임이
확정적이다.

임기에 관계없이 주목을 끌고 있는 은행장도 많다.

우선은 류시열 제일은행장과 신복영 서울은행장.

부실경영책임에 대한 논란이 많으나 대주주인 정부는 "그냥 가는 쪽"으로
사실상 확정했다.

또다른 관심의 대상은 바로 정지태 상업은행장.

정행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3연임한 터라 퇴임할 가능성은 물론 적다.

그러나 중임만료되는 배찬병전무에게 전격적으로 은행장자리를 물려주고
용퇴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는 없다.

<하영춘.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