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륙에서 실업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두달 가까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영향을 받아
독일에서도 최근 전국적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는등 대륙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조짐이다.

지난5일 독일 전역 1백여개 도시에선 정부의 실업통계 공식발표에 맞춰
3만명이상의 실업자가 참가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데모가 일어났다.

2천여명이 참가한 베를린에선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의 최고급호텔인
아들론 점거를 시도하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한달이상 실업자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에선 문제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고있다.

지난달 27일 5만여명이 파리에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28일에도 파리근교의
프랑스전기공사 사무실을 점거하는등 간헐적 시위가 이어졌다.

전국 주요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진 13일 파리에선 증권거래소와
상공회의소를 점거한 시위대와 강제해산을 시도하던 진압경찰간 충돌로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실업자 시위는 10%가 넘는 높은 실업률때문이다.

독일 연방노동청에 따르면 1월말현재 독일의 실업자수는 4백82만명으로
실업률이 전후최악인 12.6%에 달했다.

이는 작년평균보다 16만5천명, 작년말보다는 30만명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지역간 격차는 더 커져 구서독지역은 10.5%로 97년보다 소폭 낮아진
반면 동독지역은 21.1%로 12.7%나 늘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독일보다 높은 13% 수준에 달한다.

이들 두국가의 실업률은 영국보다 2배나 높은 수치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 불을 지른 곳은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이다.

프랑스 공산당이 주도하는 CGT는 지난해 12월초 본거지인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수백명의 실업자들을 동원해 크리스마스 특별실업수당
3천프랑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임으로써 전국적 규모의 시위에 불을 댕겼다.

신년연휴가 끝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했던 프랑스 특별수당 지급요구
시위는 실업수당 인상을 주장하는 북부지방 노조가 가세하며 전국적으로
확산돼 지금까지 이르고있다.

전국의 6백36개 실업보험지급기관(ASSEDIC)사무실중 50여개는 연일
계속되는 실업자들의 강제점거로 한때 모든 업무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같은 실업대책 요구에 대해 양국정부는 난감해하고 있다.

내줄만한 "당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시위가 확산되자 프랑스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창업교육에 5억프랑을
책정하며 극빈자 생활보조금으로 10억프랑을 쓰고 55세이상의 고령실업자에게
5천프랑의 실업수당을 추가지급할 계획이라는 양보조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실업자단체는 기본실업수당을 1천5백프랑 인상할것, 최저생활보조금
지급대상을 25세이하 청년실업자에게로 확대할것, 연말특별 실업수당으로
3천프랑을 지급할 것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또 헬무트 콜 독일총리도 "올 고용시장은 당초기대만큼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양국은 특히 내년으로 계획된 유럽통화통합을 위해선 긴축재정을
고수할수 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대해 양국 노조들은 만족할만한 대책이 나오기전까진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상당기간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베를린=송태수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