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고용조정)제가 도입되더라도 무조건 정리해고를 실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리해고를 하려면 요건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경우와 부합되어야 하고
소정의 절차를 지켜야 한다.

요건과 절차를 무시하고 정리해고를 하면 부당해고로 제재를 받는다.

정리해고 요건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막판까지 쟁점이 된 사항.

특히 근로기준법 제31조에 정리해고요건으로 명시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해당되느냐의 여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는 법원의 판례로 정리해고 요건에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 요건이 구체적으로 명시되기 때문에
명시되지 않은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하면 불법이 된다.

정부가 최근 제시한 정리해고 요건은 <>계속되는 경영의 악화 <>생산성향상
을 위한 조직이나 작업형태의 변경 <>업종의 전환 <>사업의 인수.합병(M&A)
등이다.

이 가운데 노동계가 가장 반대하고 있는 요건은 M&A.

그러나 이것을 빼고 정리해고제를 도입한다면 경영계는 물론 국제통화기금
(IMF)측도 수긍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포함되리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정부는 지난달에는 신기술의 도입과 신공정으로의 전환도 정리해고 요건
으로 인정한다는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정리해고가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외
시켰다.

정리해고 요건에 부합되더라도 정리해고를 실시하기 전에 근로자측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에도 명시돼 있는 사항이다.

노동계는 그동안 정리해고를 단행하려면 사전에 근로자대표와 합의하고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자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
하다.

경영계와 정부는 물론 IMF측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리해고 남발을 막기위해 사용자측이 사전에 충분히 해고회피노력
을 기울이도록 하는 조항이 명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여당은 정리해고를 실시하기 전에 경영합리화, 신규채용 금지, 임금
근로시간조정, 배치전환, 퇴직희망자 모집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의무화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물론 일반 해고와 마찬가지로 정리해고를 하려면 노조 또는 근로자대표와
협의해야 하며 30일전에 근로자에 통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해고근로자에게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주어야 한다.

정리해고제가 합의타결되면 이른바 리콜제 가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2년이내에 근로자를 채용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해고근로자를
우선 고용해야 한다는 것.

재고용을 의무화해 어길 경우 처벌할 것인지 ''노력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그칠지는 미지수이다.

정리해고제를 도입할 경우 부칙에 명시된 시행유예조항은 삭제된다.

이렇게 되면 즉각 정리해고가 가능해진다.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