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타이밍산업이다.

남보다 한발 앞서면 떼돈을 벌지만 한발 늦으면 허접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IMF체제에서 한국업체들은 "장기투자위축"이 불가피하다.

이는 앞으로 국제경쟁에서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수밖에 없다.

현대전자는 올해 반도체부문의 시설투자를 7천억원으로 확정했다.

원화로는 약 38% 줄었지만 달러베이스로는 50%이상 감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달러기준으론
30-50% 줄어드는 것이다.

그룹 차원에서 다른 투자를 축소해서라도 반도체 투자만은 밀고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재원이 따라줄지도 미지수다.

LG반도체도 예외가 아니다.

구본무 LG그룹회장은 대폭적인 투자축소를 올해 사업방향으로 선포한
상태다.

외국의 경쟁업체들도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감소폭이 기껏 10-20%인데
비해 한국업체들은 30-60% 달한다.

투자위축의 여파는 지금 당장은 드러나지않지만 앞날이 문제다.

"투자감소는 2-3년뒤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메모리분야는 한국이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투자가
늦어지면 과실을 향유하기도 전에 어려움를 맞을수 있다.

각 그룹은 다른 투자를 대폭 줄이는 한이 있어도 반도체 투자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산업연구원 주대영 부연구위원은 말한다.

게다가 국내업체들은 걸음마 단계에 있는 비메모리에 대한 투자에도 힘을
쏟아야 할 판이다.

균형잡힌 사업전개를 위해 비메모리 사업강화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선
투자여유가 거의 없다.

김치락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비메모리분야는 시스템업체와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어 합작투자등을 적극 추진하고 설비투자보다 연구개발투자를
강화하는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낙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