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 백철(1908~1985)의 초기시 9편이 공개됐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서울대교수)씨가 "문학사상" 2월호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백철은 29~30년 시전문지 "지상낙원"에 일제의 식민지문화를
비판하는 작품을 잇따라 발표했다.

백철은 "우박이 내리던 날"에서 "가엽게도 그들이 자작농이나 소지주를/
꿈꿔온 작은 희망은 이제 사라지고/말없이 쓰러져 있는 벼의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며 궁핍과 재난에 허덕이는 우리 농민의 삶을 표현했다.

"추도"와 "스미다가와, 석양"에서는 "이처럼 수면이 두꺼운 원한의 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도/모두, 가난한 이들의 죄라 할 것인가"라고 절규한다.

이번에 공개된 시는 일본근대문학관에서 찾아낸 것으로 평화와 자유의
꿈을 형상화한 "갈매기떼" "송림"을 비롯 "누이여" "그들 또한..."
"x당한 동무에게" "봄과 x당한 동지" 등 9편.

"프롤레타리아시의 현실문제에 관하여" 등 평론 2편도 함께 발견됐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