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도피처인가, 경쟁력있는 기업의 도산을 막기위한 제도적
장치인가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화의법등 도산관련 3개 법안의 개정시안이
확정됐다.

오는 3월부터 시행될 이 법안들은 현재의 고금리 상황이 계속될 경우
도산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점에서 재계와 금융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아
왔다.

개정법률안의 개정 방향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한계기업의 신속한 처리

신청후 보전처분, 개시, 인가결정 등 각 단계별로 기간을 법적으로 제한
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파산절차를 밟도록 했다.

화의의 경우 최종적인 기업처리기간이 신청후 9개월로 제한되며 이
기간동안 화의인가결정을 받지 못할 경우 청산에 들어가도록 했다.

법정관리는 정리계획안의 의결기간이 개시결정 후 1년6개월이내로 제한되며
최고 20년까지 가능한 채무유예기한을 10년으로 단축시켰다.

이는 한계기업의 늦장처리로 인해 대출금이 부실채권으로 묶여 금융기관이
함께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채권기관의 권한 확대

화의의 경우 채권자의 취소신청권이 새롭게 인정된다.

또 채무자의 자산과 부채규모등에 비춰 화의절차가 부적절하거나 경영진의
부실경영으로 인한 신청은 기각토록 했다.

이와함께 현재 법정관리에만 있는 보전관재인을 두고 채무자의 재산운용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부여했다.

또한 화의가 채무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위해 채무자가 1년
2번 화의조건 이행상황을 법원에 보고토록 했으며 채권자협의회를 구성,
화의절차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법정관리의 경우 회사의 부채가 자산보다 큰 경우 반드시 일정한 비율로
자본감소를 하도록 해 3자인수가 촉진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지배주주의 보유주식소각은 부실경영에 대한 명백한 책임이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

<> 업무처리 공정성및 전문성 강화

기업도산 관련사건을 지방법원 본원으로 관할을 단일화시켰다.

또 그룹의 경우 효과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계열사별 사건을 모기업의
재판부로 이송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와함께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계사등 전문가로 구성된
관리위원회를 설치해 관리인의 추천과 정리계획안에 대한 심사권, 관리인의
업무감독권을 부여했다.

<> 문제점

재계는 이번 개정법안이 사건처리의 신속성에만 집착해 고금리와 무차별적
대출금회수라는 현재의 기업상황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시여부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속성과 채권자의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우량기업의 잇따른 부도로 자칫 실물경제
의 공동화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무부서인 법원 역시 화의의 경우 기업의 부채규모와 채권자 수에 따라
신청을 기각토록 한 것은 개별기업의 특성을 전혀 무시한 처사라며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부실경영을 필요적 기각사유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운영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개정절차상의 문제점.

당초 이번 개정작업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었으나 신속하고
원활한 기업퇴출방안을 마련한다는 IMF 협약안에 따라 그 속도가 6개월 이상
무리하게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결국 개정시한에 쫓겨 폭넓은 의견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
으로 만들어진 법은 회복할 수 없는 부작용만 낳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반응
이다.

IMF체제의 극복은 결국 실물경제가 얼마나 신속하게 회복되는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최종 입법단계에서 재계와 법조계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이심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