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학영 특파원 ]

미.일.유럽 채권은행단은 한국측이 제시한 단기부채의 상환기한 연장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연장 기한과 적용 금리 등에 대해서는 한국측 제안을
좀더 검토,다음주 실무 협상을 속개해 결정짓기로 했다.

한국 외채협상단과 미.일.유럽 채권은행단은 23일(현지시간)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맨해튼 시티은행 본점 대회의실에서 제2차 협상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이날 채권단측은 한국측 요구대로 연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채무의
상환기한을 1년이상 연장키로 원칙적으로 동의, 다음주 협상에서는 금리
수준 등 세부적인 연장조건을 집중 논의키로 했다.

협상관계자는 "이날 회의의 분위기는 한국이 제시한 협상안을 상당부분
받아들이자는 쪽이었다"고 전하고 "그동안 미국 등의 금융기관들에 끌려
다녔던 외채협상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기가 연장될 부채에 새로 적용할 금리를 놓고 현재의 시장 실세
금리(두자릿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일부 미국계 은행주장과 일정기간마다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하는 것을 전제로 우선 한자릿수의 고정 금리를 적용
하자는 한국측 주장 등이 맞서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전망
이다.

한편 채권은행단측은 이날 2차 협상에 앞서 미국계 유럽계 일본계
은행단별로 대책회의를 갖고 한국의 단기외채 상환기한 연장 등에 합의했다.

미국 금융소식통은 이날 미국측 회의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측 참석자가
"한국의 상황악화에 대해 과연 미국은행들의 책임은 없느냐"고 반문하고
"더 이상 한국을 몰아붙여서는 곤란하며 되도록 한국안을 받아들이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무협상이 순조롭게 진전됨에 따라 한국협상단의 수석대표인 김용환
비상경제대책위원장과 유종근 대통령 당선자 경제고문은 23일 밤(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정인용 국제금융대사와 정덕구 재경원 차관보를 비롯한 실무진은 채권단측
과의 협상이 가닥을 잡을 때까지 뉴욕에 계속 머물기로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