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뉴욕채권단 회의를 앞두고 물밑 협상들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총성없는 전쟁"이라고 재경원 관계자가 표현하는 정도다.

정부로서는 민간상업은행의 외채를 국채로 전환하는 것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으로 배수진을 쳤고 정부의 지급보증과 금리조건, 조기상환요청권
(콜옵션) 인정여부를 둘러싼 채권단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다행히 외환시장의 안정, 신용등급의 상향조정 가능성,노사정 협의체 구성,
주가 상승세 등에다 최근에는 해외언론들도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으로
돌아서 협상은 어느때보다 호기를 맞고 있다.

다만 미국정부가 여전히 완강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일부 채권은행들이
국채발행 주장을 고집하고 있어 협상의 성공을 낙관하기는 아직은 이르다.

<> 채권단 동향 =당초 채권단을 구성하고 주도해간 곳은 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으로 한국금융기관들의 단기외채를 전액 정부국채로 전환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 은행은 연초인 5일 뉴욕 본사에서 한국정부에 보내는 제안서(프로포잘)를
작성해 공개하는 등 공세적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J.P모건의 제안은 민간채무를 전액 고이율의 정부채무로 전환하는
지극히 "위험한"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정부는 이에따라 김기환 순회대사를 미국에 급파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상당한 수준까지는 양보를 얻어 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또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서울로 다시 초청했고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 작업을 다시 벌이도록 종용해 결국
조사단의 방한을 끌어냈다.

특히 투자기관이 아닌 시티뱅크같은 상업금융기관들이 전면에 나서 정부
지급 보증을 조건으로 수정된 외채연장 방안을 제안하는 등 협상을 위한
기본 여건은 상당히 성숙된 상태다.

<> 협상 조건 =채권단은 외채 만기연장 조건으로 금리와 물량을 입찰에
부치되 위에서부터 자르는 소위 더치옥션 방식을 제안해 놓고 있다.

이 경우 예상되는 금리는 최소한 연 13%에서 15%를 들락거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국채발행을 통해 외채를 연장할 경우 이는 국제적으로 전례가 없는
장기 고금리를 부담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최대한 정부가 직접 지불을 보증하되 "국채발행은 불가"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또 고금리 부담을 장기화하지 않기 위해 "조기상환 청구권(콜옵션)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임창열 부총리)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 선진국 동향 =선진 13개국들은 지난해 24일 합의문에서 당초 올 연초에
8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국가별 지원을 민간분야 외채 연장에 연계시키는 전략을
취하면서 집행 자체가 연기되어 왔다.

미국은 우리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고 금리도 높여 달라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우리정부는 정부지급 보증은 받아들이되 다른 외교현안에 대한 연계는
절대로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협상 일정 =정부는 오는 21일의 협상에 당선자측의 김용환 비대위대표와
유종근 고문, 정부측의 정덕구 차관보를 대표단으로 파견한다.

그러나 21일 하루로 협상이 마무리될수 없는 만큼 정부의 방침을 충분히
통보한 다음 월가에 산재한 채권단을 일일이 방문해 설득하는 실무작업은
재경원의 실무자를 상주시켜 해결한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국내금융 시장이 나름대로 안정되고 외국자본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절대호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1월, 2월중에 다시 무역흑자가 상당액 나와 준다면 금상첨화라고 판단
하고 있다.

협상일정과 관련해서 채권단은 3월까지 협상을 끌고갈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반면 우리정부는 2월 신정부 출범전까지는 기존 채무에 대한 협상을
끝낼 계획이다.

따라서 외채협상은 오는 21일이후 개별채권단의 동의여부가 판가름나는
월말까지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