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박태준총재가 내주부터 대기업 총수및 은행장들과 개별 접촉을
갖기로 한 것은 신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재계를 다독거리고 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기업 스스로
주도해 나갈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대기업의 구조조정문제는 그간 정치권에서 주로 논의되면서 그 강도와
폭이 언론을 통해 다양하게 표출돼 재계를 긴장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정부측이 대기업정책에 대한 입장과 기업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기업인들에게 직접 설명해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해 나가기로 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이 역할을 박총재가 맡은 것은 그가 포항제철 회장과 전경련부회장을
오랫동안 맡아와 재계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다 경제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고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총재에 따르면 그가 대기업 총수들에게 강조할 말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기업의 경쟁력회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과
노동계에 정리해고가 도입되는 만큼 기업도 그에 상응하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외국자본의 유입을 위해서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총재는 "대기업이 구조개혁을 서둘러 국제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야 수출도 가능하고 우리 경제가 되살아날수 있다"며 "대기업이 자기
체질에 맞는 업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대는 중화학, 삼성은 정밀화학 체질"이라며 구체적인 예를
들기도 했다.

대기업이 과감한 계열사 축소를 통해 업종을 단순화하는 것이 대기업 구조
조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쌍용자동차의 경우 자기자본
비율이 0.8% 수준에 불과한데 어떻게 그런 기업이 살아 있었는지 이해할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총재는 그러나 자신이 직접 기업의 계열사축소를 요구하지는 않을 방침
임을 분명히 했다.

또 노동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대기업그룹총수 재산의 기업자금화나 경영
퇴진문제 등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요구는 오히려 사회를 더 불안하게 하고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총재가 생각하고있는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강도는 꽤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결합재무제표작성, 상호지급보증 철폐 등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기업 스스로 개혁할수 있는
부문들을 과감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IMF는 물론 외국의 민간은행,G7국가들도 우리의 경제체질 개선노력을
지켜보고 있다"며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총재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선행되고 그 기반위에서 산업구조를 합리화한
뒤 수출산업의 장려를 통해 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그가 말한 경제회생의 첫 단계인 셈이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