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플로(자금흐름) 경영과 사업구조 혁신"

삼성그룹이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극복을 위해 설정한 올 경영목표다.

삼성 특유의 "관리"경영으로 현 난국을 헤쳐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건희 회장의 "IMF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 자체가 절박한 과제다.

삼성 불패의 원칙아닌 원칙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황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캐시플로 중심의 경영방침은 사상 최대의 투자축소와 창업이래 처음있은
연말상여급 반납에서 이미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 투자축소 =삼성은 올해 투자를 지난해 비해 30% 줄어든 6조여원으로
책정했다.

불요불급한 투자가 아니라 생존차원 이외의 투자는 모두 보류한다는
계획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업유지 차원일뿐 신규투자는 거의 없다.

반도체분야에 들어갈 1조5천억원도 사실상 기술수준을 유지하기위한
최소한 투자규모다.

영국 윈야드, 미국 오스틴등에 대한 투자는 이미 유보키로 결정했으며
올해말부터 예정돼있는 자동차 2기투자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유동성확보와 임금.조직축소 =임원 급여 10% 삭감과 전임직원의 연말
상여금 대폭 삭감은 올 상반기 자금위기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기위한
차원이다.

사장단및 임원의 상여금 반납과 직원들의 상여금 2백% 삭감으로
2천5백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할수 있었다는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삼성은 여기에 중간간부급으로 연봉제를 확대 실시,사실상 총액임금도
줄이겠다는 계획도 갖고있다.

조직 30% 축소라는 초고강도 처방도 조직의 낭비요소를 구석구석
제거하겠다는 뜻으로 다시 부활한 관리경영과 맥을 같이한다.

삼성물산의 경우 올초 1백30여개 사업부를 90여개로 줄이는등 주요
계열사별로 강도높은 슬림화작업이 진행중이다.

삼성에버랜드등 일부는 한걸음 나아가 그룹지침보다 조직축소규모를
늘려 40% 가까이 줄였다.

이밖에 해외인력파견 중단,경비 50% 감축등도 자금흐름을 개선키위한
조치들이다.

<> 사업구조조정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은 IMF 위기극복을 위한 체질강화의
핵심과제로 꼽힌다.

"이제 머물거릴 시간이 없다.

대담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합칠 것은 합쳐야한다.

그리고 각 관계사는 그룹의 보호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회장의
신년훈시에서 구조조정의 강도를 짐작케하고있다.

삼성은 이와관련해 우선 올해 1조3천억원 규모의 한계사업을 정리키로
결정했다.

이미 삼성전자의 오디오분야를 새한그룹에 매각했으며 해외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영국공장을 철수했다.

이어 가전등 굵직굵한 사업들의 매각하거나 중소기업에 이관, 지난해
2배이상의 사업을 정리할 방침이다.

유사 계열사 통폐합및 일부 계열사의 정리도 검토되고있다.

지난해말 사장단인사에서 원대연 삼성물산 부사장을 제일모직및 삼성물산
대표이사로 겸직발령함으로써 삼성물산의 의류부문을 제일모직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또 제일모직의 화섬사업은 삼성종합화학에 넘길 계획이며 석유화학등
관련사들의 통합도 검토중이다.

<> 수출확대 =삼성은 이같은 강화된 경영체질을 바탕으로 수출을 대폭
확대하고 해외사업을 크게 강화,IMF 난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출확대를 통한 외화가득만이 현 위기상황을 이길수있는 실질적이면서도
유일한 방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위해 당초 2백30억원으로 책정했던 수출목표를 2백8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지난해 2백10억달러보다 무려 33.3%나 늘어난 규모다.

상품수출 이외에 건설 엔지니어링 기술수출등의 무형수출도 지난해의
2배인 20억달러를 달성키로했다.

반면 상품수입과 기타외화지출은 지난해에 비해 8억달러 줄어든
1백억달러 책정, 외화수지 흑자규모를 지난해 1백12억에서 올해는
2백억달러로 2배 가까이 늘릴 예정이다.

국내 수출과는 별도로 중국 동구 중남미등 미래전략시장에서의 해외사업도
대폭 강화하기로하고 올해초 사장급 3명을 현지로 파견했으며 그룹의
고위임원들을 추가로 전진배치할 계획이다.

< 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