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시장에서 올해 발행한 회사채규모는
31조2천9백3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 비해 5.8%가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세는 우선 주식시장이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면서
자금조달창구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웠고 하반기 들어서면서 종금사
은행 등을 통한 조달이 막혀 연말에는 대기업중심으로 엄청난 물량의
회사채발행이 몰렸다.

12월 마지막주 사흘간 삼성 현대 대우 LG 등 대기업들의 회사채발행
신청규모는 2조4천억원으로 주간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말 공급물량이 늘었으나 수요처는 회사채 매입을 꺼려 이런 물량은
대부분 발행사가 되가져 가는 사태가 빚어졌다.

자금조달이 발등의 불이 되자 일단 발행을 신청해 놓고 보자는 가수요가
증폭됐기 때문이었다.

또 11월부터 증권업협회의 기채조정협의회가 회사채발행물량제한을
아예 없앤 것도 한몫했다.

회사채 종류별 발행실적을 보면 보증채는 지난해 대비 4.1% 감소한
반면 무보증채는 신용평가등급제한폐지 및 유효기간(6개월) 설정으로
1백33%나 증가했다.

보증채발행이 줄어든 것은 보증기관이 축소되고 보증요율의 과다한
인상으로 보증시장이 크게 위축된 탓이었다.

증권사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지급보증규모가 자기자본의 두배에서
자기자본규모로 줄어 들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예년처럼 발행시장을 거의 독점했으며
중소기업은 돈구경하기 무척이나 힘든 한해였다.

대기업이 발행시장을 통해 지난해보다 11.8% 늘어난 29조4천2억원,
중소기업은 명함도 내밀기 힘들어 42.4%나 감소한 1조8천9백29억원을
발행하는데 그쳤다.

발행비중으로 따지면 대기업이 94%, 중소기업이 6%에 불과했다.

자금조달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것이다.

대기업중에서도 10대 계열기업의 발행비중이 전체발행액의 61.4%를
점유해 그 비중이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별로는 현대전자가 1조7천억원을 발행, 1위를 기록했다.

발행금액기준으로는 상위 20개사가 모두 5대 계열기업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쪽으로는 전환사채(CB) 발행이 건수로는 전년대비 18건이 줄어든
19건으로 2백3억달러가 감소한 1천2백93억달러어치에 달했다.

유통시장에서는 이같은 자금수요로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회사채수익률이
31.11%까지 치솟았다.

연초 12.42%로 출발, 11%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정책 요구에다 기업들의 자금확보 불안이 회사채수익률을
천정부지로 끌어 올렸다.

여기에다 은행들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연말결산일까지 높이기 위해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의 여신까지 회수하면서
기업들의 연말자금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들은 IMF(국제통화기금) 요구에 따라 내년 3월말 기준으로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목마름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불안으로 증권 투신 등 주요 회사채 매수세력들의 매수여력
부족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도 회사채수익률의 고공권행진을 야기시켰다.

한편 12월 중순부터는 회사채 전환사채 특수채 국공채 등 채권시장을
외국인들에게 개방했으나 유입액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 김홍열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