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에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경제단체장들은 야당 대통령
당선자를 처음 대해서인지 말을 아끼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처신했다.

특히 김 당선자가 대기업정책을 밝히면서 대기업의 감량과 구조조정 부분을
강한 어조로 주문하자 참석자들의 표정은 매우 굳어졌다.

그러나 김 당선자가 과거 지정기탁금의 여당편중을 거론하며 야당에도
정치자금을 주라고 진반농반의 말을 하자 긴장감이 조금 풀리면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이날 간담회는 1시간 40분가량 진행됐으며 참석 경제단체장들은 모두
빠짐없이 발언을 했고 김 당선자측에서는 박태준 자민련총재가 발언을 주도
했다고 박선숙 부대변인이 전했다.

다음은 경제단체장들의 발언요지.

<> 최종현 회장 =5년만에 경제인으로서는 속이 시원한 소리를 들었다.

요즘 경제인들은 할말이 없다.

우리가 잘못해서 이 꼴이 된 것이다.

죄인중의 죄인이다.

그러나 나라경제는 무엇보다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것이 우선이다.

흑자를 내면 IMF도,국제금융계도 모두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 구평회 회장 =미국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중요한 것은 국력을 다해 외환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을 늘리고 물가를 잡고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한국정부와 IMF측에서 경제성장률 3%를 놓고 협상하고 있지만
사실은 마이너스 성장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교체가 됐기 때문에 엄청난 대량실업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정치적
지도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태세를 갖췄다고 얘기하더라.

그동안 정부의 귀가 불완전하게 열려 있었다.

정부가 기업과 직접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된 면도 있다.

<> 박상희 회장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 지원을
많이 받지 못했던 중소기업이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를 좀더 많이 해달라.

<> 김용환 부총재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의 체질개선
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은 차입경영이 체질화돼 있다.

이같은 관행을 탈피하지 않고는 살아 남지 못한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