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화랑가의 자구노력이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각 화랑들은 장기불황에도 불구, 인기작가들의 개인전을 비롯
외국작가전과 기획전 등 왕성한 전시활동을 펴왔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시대를 맞아 내년에는 각종 전시회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데다 미술시장 회복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기존의
운영방식을 가지고는 어려움을 타개할수 없다고 판단,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기 시작한 것.

각 화랑들은 우선 화랑이 단순하게 그림을 사고파는 장소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부대사업 등에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따라 아트숍이나 아트컨설팅 환경조형물사업 등을 강화하거나
이 분야에 새로 뛰어들고 있다.

화랑들은 어차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값비싼 원화의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복제품이나 판화 아트상품등 비교적 값싼 예술품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새로 아트숍을 개설하거나 기존 아트숍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달들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데코화랑이 프랑스
국립박물관연합이 공급하는 복제품과 국내외 현대작가들의 장식품을 판매하는
아트숍을 새로 열었다.

이밖에 강남의 3~4군데 화랑이 아트숍 설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아트숍을 운영하고있는 현대 가나 선 대형화랑들도 대부분
내년부터 사업확장과 함께 지방분점 등 점포수를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화랑가의 장기불황으로 몇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환경조형물
사업도 각 화랑들이 내년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부문.

가나 현대 국제 선 등 별도조직을 갖추고 이 분야에 매진해온 대형화랑은
물론 중소 규모의 화랑들도 전시보다 조형물사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전시형태의 궤도수정도 화랑들의 경쟁력 강화및 자구노력의 일환.

값비싼 외국작가나 국내 유명작가의 초대전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화랑들은
대신 작품값이 저렴한 역량있는 젊은작가를 적극 찾아내 위기를 타개해나갈
예정.

그동안 외국작가의 위세에 눌려 빛을 보지 못했던 우리작가들을 발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이에따라 화랑들은 예정돼 있던 해외작가전을 잇달아 취소하고 참신한
젊은작가들의 발굴에 나서고 있다.

갤러리현대는 최근 드 쿠닝과 알레친스키의 작품전을 무기한 연기했고
국제화랑은 내년 3월 독일의 안젤름 키퍼 초대전을 잡아놓고 있으나 계약을
미루고 있다.

또 2월 프랑스 출신의 설치작가 장 피에르 레이노의 내한전을 잡아놓은
박여숙화랑도 이를 취소했다.

뿐만아니라 대형화랑들은 가능성있는 작가들의 경우 외화획득 차원에서
해외 아트페어에 적극 내보낸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피악을 비롯 바젤
시카고아트페어 등 주요 아트페어의 참가여부를 보류하기로 결정하는 등
전시전략도 바꾸고 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