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오랜 정치생활중 가진 몇번 안되는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나 강연회에서 두가지를 강조했다.

자신이 기업인을 미워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점과 과거
독재정권 시절 일부 기업인들도 희생자였다는 점이다.

김 당선자가 이를 강조해온 것은 자신의 경제철학이 오랜 야당생활중
통치권자의 이미지조작으로 굴곡되면서 기업관도 잘못 포장돼 일반인들에게
스며들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와 기업인과의 관계가 빙탄처럼 소원하다는 일부 인식도 기업인과
연을 맺을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롯된 허상일뿐이라는 주장이다.

김 당선자는 스스로 기업인에 대해 애증 양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들이 경제발전에 공헌한 노력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반면 일부 기업이 정치권력의 영향권을 맴돌면서 불공정한 경쟁풍토를
활용, 사업확장을 추진해온 것은 자본주의원리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당선자는 국제그룹과 율산의 해체를 정경유착관행에서 빚어진
또다른 희생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업인이 국가사회의 공헌자로 당당하게
등장해 국민으로 부터 존경받고 지지받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김 당선자는 철저한 시장경제원리를 기업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정치적 외풍을 배제한 공정한 풍토에서 기업들이 경쟁할수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새정부의 기업정책은 김영삼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구조조정이 빨라지고 규제철폐가 급류를 탈 가능성이 높다.

그가 신봉하고 있는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기업의 진입과 퇴출에 대한 각종
규제가 대거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도태되는 한계기업은
보호받기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당선자는 경제력집중억제를 주장하면서 대기업경영의 투명성확보, 소유
분산유도, 전문경영인체제정착을 강조해 왔다.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상속세나 증여세 등의 엄정과세로 부의 불법적인
세습을 차단하고 사외이사제나 외부감사의무화 등으로 사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막는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기업인의 관가로비나 영향력행사는 철저한 감시를 받을 전망이다.

그가 분배의 불균형해소를 주장해온 만큼 중소기업의 육성과 근로자의
권익보호에도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함께 경제발전의 쌍두마차역할을 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생길수 있는 대량실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도 중시
하고 있어 기업의 인원정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자는 정치에 입문하기전 잠시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51년 흥극해운(주)사장을 역임하고 대양조선공업사장도 지냈다.

기업인을 만날때마다 "사업가로 인생을 시작했는데 정치에 뛰어들어 고생
많이 했다"며 기업인들과의 친근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의 기업윤리관은 극히 자본주의적이다.

그는 번 돈으로 고아원이나 학교 병원 등을 짓는 시혜적인 사업은 기업의
윤리가 아니라 돈 가진 사람의 개인윤리일 뿐이라는 것.

가장 질 좋고 값싼 물건을 소비자들에게 팔고 번 돈으로 재투자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종업원들을 정당하게 대우해 주는 것이 기업의 윤리
라는게 김 당선자의 기본 시각이다.

김 당선자의 기업정책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기에 김 당선자가 어떤
유형의 정책을 펼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고광철.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