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외환수급상황은 연말까지 상당히 빠듯할 전망이다.

IMF 등 국제기구의 자금지원규모등에 비해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경원 정덕구 제2차관보는 11일 "현재 외환보유액 2백6억달러중 가용자산
은 1백억달러인데 반해 연말께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는 2백억달러"라고
밝혔다.

재경원은 이에따라 연말까지 수급을 맞추지못할 경우 미국 일본 등과의
개별협상을 통해 브리지론(향후 국제기구로의 차입을 담보로 미리 빌리는
자금)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 외환공급 =현재 확정된 국제기구의 자금지원시기와 규모는 <>18일
35억달러(IMF) <>22일 20억달러 (ADB) <>26일 20억달러(IBRD) 등이다.

그러나 정부가 IBRD측과 규모확대를 협의하고 있어 3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날수도 있다.

또 한국은행과 외국계은행 서울지점간의 스와프거래를 통해 이미 10억달러
가 들어온데 이어 25일을 전후로 11억달러가 추가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도 20~25일중 해외에서 20억달러규모의 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외국인주식투자 한도확대와 채권시장 개방으로 인한 공급요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도확대 첫날인 11일에는 2억5천만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통한 외환공급은 국내금융시장의 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연말까지 어느정도의 자금이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전제로 20억~30억달러에서 최대 70억달러 수준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재경원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미국 일본등과의 브리지론협상이 성사되면 이달중 30억~40억달러
가 더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앞으로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하향안정세를 보일 경우
기업들이 외화예금에 보유하고 있는 50억달러를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연말까지 신규로 유입되는 미달러화는 적게는 1백50억달러, 많게는
3백억달러로 추정된다.

<> 외환수요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부채는 2백억달러 수준으로
파악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추된 해외신인도를 감안할 때 만기연장은 상당히
힘겨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우량은행및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연말전 상환을 종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초 결제수요에 대비해 미리 달러를 사두려는 수요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정유사등이 사흘치 정도의 결제자금을 미리 확보해두는 것처럼 단기
부채가 많은 금융기관및 기업들은 외환을 조기에 확보해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금융기관들의 신인도가 당장 개선되기는 어려운 만큼 은행과
종금사들은 예비물량을 확보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보면 연말까지 외환수요는 적어도 2백억달러에서 많게는 2백50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두드러지기 시작한 무역수지의 개선조짐과 여행수지 적자폭의
축소는 외환수요를 줄이는데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