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은 최근 내년도 투자규모를 각각 5조5천억원,
6조원으로 수정, 확정했다.

지난달 세운 계획보다 각각 30%씩 줄인 금액이다.

이유는 뻔하다.

자금조달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서다.

IMF와의 합의에 따라 초긴축이 불가피한 내년에는 국내외 어디서든 돈을
꾸는 것이 어려워진다.

현대와 삼성그룹이 이 정도면 그 이하는 말할 것도 없다.

전경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30대그룹의 내년도 설비투자는 52조
2천4백6억원으로 올해보다 1.4%가 줄어든다.

IMF가 언급도 되지 않았을 때 조사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투자 축소규모는
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란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특히 해외부문의 투자위축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차입에 도움을 줘온 국내 모기업의 신용도가 바닥세를 보여 신용대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꾼다고 하더라도 이자율의 상승이라는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

프로젝트가 특별히 사업성이 높아 해외법인의 자체 신용도가 매우 우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금조달계획을 잡을 수 없다.

여기다 그동안 국내 기업 해외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국내 금융기관
해외점포들이 내년에는 도움을 줄 수 없다.

정부가 IMF와 합의각서를 만들면서 "금융기관 해외점포 감독을 강화하고
회생이 어려운 부실점포는 정리"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투자 감소추세는 나타나고 있다.

삼성은 7억달러를 추가 투입키로 한 영국 윈야드 전자복합단지 2차 투자를
연기키로 했다.

현대전자는 40억달러 투자규모의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40억달러),
LG전자는 총투자비 28억5천만달러인 영국 뉴웨일스 가전.반도체 공장의
투자규모 및 시기를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이밖에 중국 심천과 산동에 각각 정유공장을 짓기로 했던 SK주식회사와
쌍용정유의 해외프로젝트도 당분간 연기될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은 베트남 동나이에 1억4천만달러를 들여 폴리에스터 원사공장을
짓기로 했던 해외투자계획을 취소했다.

사실 해외투자의 감소세는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94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은 눈에 띄게 둔화돼왔고 올들어 8월까지는 모두
23억달러로 전년동기보다 22.4%가 오히려 줄었다.

문제는 해외진출이 10여년째로 접어들면서 이제 양적인 투자에서 질적인
투자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즉 시행착오를 다겪은 시점에서 할 수 없이
해외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내수가 급격히 위축될 내년에 우리 기업이 살길은
수출총력체제 뿐"이라며 "기업들은 비핵심부분을 과감히 버리고 국내든
해외든 승부를 걸 수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