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한 장래"이다.

이는 최근의 주가움직임에서도 뚜렷하게 읽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볼때 1일 정부와 국제통화기금 (IMF)이 구제금융의 지원조건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발표한 것은 증시입장에서는 일단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겠다.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 강도가 상당히 강한만큼 단기적으로는 주가약세
현상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불확실성이라는 악재는 그만큼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조만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주가가 급락세를 지속, 종합주가지수 400선이 무너진 것도
투자심리의 변화를 유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감을 활용한 투자에는 몇가지 대전제가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경제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큰 소용돌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저성장 고실업의 어려운 여건속에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금융기관
정리뿐만 아니라 부실기업의 무더기 퇴출도 뒤 따를 수밖에 없다.

한치앞도 예측하기 힘들었던 "시계제로" 현상은 점차 해소되겠지만
이 역시 아직까지는 시작단계에 불과한 형편이고 우리 경제의 앞날에는
뼈를 깎는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증권시장역시 한동안 큰 고통을 겪게될 것은 마찬가지이다.

주위여건이 나쁘다면 주가도 올라 갈 수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동안의 폭락세를 고려할 때 주가바닥권이 대강 가까워진 것같다"고
얘기하는 증권관계자들도 꽤 있지만 이들 역시 대부분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흔히 얘기하는 "기술적 반등"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앞으로의 시장접근에는 우선 장기투자를 각오한다는
대전제가 깔려야만 할 것같다.

경제자체가 상당기간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주식시장
역시 이같은 패턴을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다.

물론 주가는 선행성이 강한만큼 고통의 늪에서 좀 더 빨리 탈출할
가능성은 있지만 상당기간동안의 어려움은 불가피하다는 점은 반드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원론적인 불확실성은 제거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각론으로
접어들 경우 여전히 불확실한 점 투성이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가장 앞서 구조조정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은행 종금등 금융권만해도
아직까지 말만 많지 과연 몇개 금융기관이 또 어떤 회사가 정리대상이
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또 그 후에는 기업들의 무더기 도산사태가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식투자에 나설 생각을 갖고있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종목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는 점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요즘은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손실의 극소화"를 먼저 생각하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 증권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