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무대에 뮤지컬이 풍성하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학로 소극장등에 10여편의
뮤지컬이 공연중이거나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정통뮤지컬, 뮤지컬코메디, 록오페라, 가족뮤지컬등 다양한 색깔의
뮤지컬이 무대를 수놓는다.

현재 공연중인 뮤지컬은 6편.한국 창작뮤지컬로는 처음 브로드웨이에 입성,
호평을 받은 "명성황후"(극단 에이콤)가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재공연되고, 연말 단골레퍼토리 "사랑은 비를 타고"(서울뮤지컬컴퍼니)도
31일까지 인간소극장에서 계속된다.

또 생활정보지를 매개로 한 사람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벼룩시장"(극단
즐거운사람들)과 순수한 사랑을 염원하는 세미뮤지컬 "체인징 파트너"(극단
예우)가 내년 1, 2월까지 각각 대학로 성좌소극장과 연가소극장에서
장기공연을 갖는다.

신대방동의 에이레네소극장에선 13일까지 가족뮤지컬 "나의 라임오렌지"
(에레네 드라마연구소), 종로5가 연강홀에선 셰익스피어의 첫희곡
"실수연발"이 25일까지 공연된다.

이어 극단학전이 3일 대학로 학전그린극장에서 "지하철1호선",
서울시립뮤지컬단이 8일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한네", 극단원이 12일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백일천사(101 1004)", 우리극장이 12일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에서 "유쾌한씨 모자"를 각각 개막한다.

"지하철 1호선"은 94년 초연후 매회 70%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한
흥행보증수표.

매년 시대에 맞게 줄거리를 바꾸는 이 작품은 올해는 남북분단의 아픔을
주제로 삼았다.

처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한네"는 구원과 재생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펼칠 예정.

극단원(대표 조용원)의 창단뮤지컬 "백일천사"는 대표 조씨를 비롯해
이효정 변우민 남궁연 박정순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성탄절 공연은 현대극장의 대형 록오페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장식한다.

24~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될 이 뮤지컬은 매년 크리스마스때면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는 성탄 단골메뉴.

지난 80년 국내무대에 처음 올렸던 현대극장은 올해 브로드웨이에서
연출자를 초빙하고 윤복희 유인촌 천호진 윤도현등 스타들을 내세워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말무대에 이처럼 뮤지컬이 많은 것은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는 극단들이
상업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뮤지컬은 빠른 음악, 화려한 춤과 동작, 웅장한 코러스등으로 고정관객을
확보하고 있어 올리기만 하면 기본수입은 확보된다는 것이 극단들의 생각.

그러나 흥행만을 위해 충분한 충분한 준비를 거치지 않은 작품이 양산되면
자칫 뮤지컬 전반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사종 정동극장장은 "연말이면 쏟아지는 뮤지컬중 일부는 음악과 배우의
연기력이 수준이하인 것도 있다"며 "짧은 기간에 승부를 보려 하지 말고
우수작을 고정레퍼토리화하는 연극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