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중 제조업체들은 대기업연쇄부도와 금융위기및 환율상승 등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체들은 1천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62원을 이자로 지불하고 6원의
환차손을 부담, 겨우 14원의 이익만 남기는데 그쳤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중 제조업체
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1.4%로 한은이 반기별 기업경영분석을 시작한 지난
89년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금융비용부담률은 6.2%로 지난 92년 상반기이후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또 지난 6월말 현재 원-달러환율이 달러당 8백88원1전으로 작년말보다
4.9% 절하, 제조업체의 환차손은 사상최대인 1조2천3백억원에 달했다.

이는 매출액의 0.6%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수익성저하에 따른 내부유보감소와 주식발행부진 등으로 총자본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의존도는 작년말 47.7%에서 50.0%로
높아졌다.

차입금의존도가 50%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부채비율도 3백33.8%를 기록, 사상최고수준을 나타냈다.

결국 지난 상반기중 국내제조업체들은 "사상 최악의 경영성적표"를 손에
쥔 셈이다.

대기업연쇄부도와 외환및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은 탓이다.

그동안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그러나 성적표를 뜯어보면 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몇년전으로 뒷걸음질친 것은 둘째로 치자.

재무구조가 사상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돼 대기업연쇄부도가 기업구조조정
과정이라는 정부의 "강변"을 무색케 했다.

더욱이 그동안 나라경제를 이끌던 대기업과 중화학공업의 신장세가
중소기업과 경공업보다 둔화돼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과 함께 경제
전체가 헤어 나올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자아
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건비및 기타 경비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상당부분 명예퇴직등 인원감축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량 실업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하반기엔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사실 기업경영여건
은 한계에 이르러 있다고 할수 있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상반기중 기업경영분석"을 요약한다.

<> 성장성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9.1%에 그쳤다.

반도체 등 수출주종품목의 국제가격하락과 엔화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등으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된데다 경기부진으로 내수판매도 저조한데
따른 것이라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같은 분석을 반영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의, 경공업보다는 중화학공업의
매출둔화가 현저했다.

대기업 매출액증가율은 작년 상반기 13.7%에서 지난 상반기에는 10.6%로
낮아졌다.

반면 중소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5.1%에서 5.8%로 높아졌다.

중화학공업의 매출액증가율은 12.3%에서 9.3%로 현저히 둔화됐다.

그러나 경공업의 매출액증가율은 8.7%에서 8.4%로 소폭 둔화에 그쳤다.

이밖에 건설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작년 상반기 17.9%에서 15.3%로 낮아졌으며
도소매업의 매출액증가율도 24.2%에서 13.9%로 둔화돼 전 업종이 경기침체의
몸살을 앓았다.

<> 수익성 =제조업의 수익성은 한은이 반기별 기업경영분석을 시작한 지난
89년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매출액경상이익률은 1.4%로 지난 89년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순수한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5%로
작년동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도 이처럼 경상이익률이 뒷걸음질친 것은 차입금의존도심화로
금융비용부담률이 높아진데다 환차손도 사상최대를 기록한 탓이다.

실제 제조업의 금융비용부담률은 6.2%로 작년동기의 5.7%보다 높아졌다.

이는 지난 92년 상반기이후 최고 수준이다.

또 환차손도 매출액의 0.6%에 달했다.

한마디로 일반적인 영업활동은 작년수준 만큼 했으나 차입금이자부담과
환차손에 시달리다보니 기업들이 손에 쥐는 돈은 작년(매출 1천원당 18원)
보다 훨씬 적은 1천원당 14원에 그친 셈이다.

<> 재무구조및 생산성 =지난 6월말 현재 제조업의 자기자본비율은 23.1%로
작년말의 24.0%보다 하락했다.

반면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3백33.8%와 50.0%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단기차입금의존도가 25.9%로 차입금의 절반을 넘어서 종금사 등의
여신회수가 기업존망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매출액에 대한 인건비부담률은 12.9%에서 12.0%로 낮아졌다.

기업들이 종업원을 감축한 탓이다.

이에 힘입어 1인당 부가가치증가율도 3.4%에서 11.4%로 높아졌으며 1인당
매출액증가율도 11.1%에서 13.9%로 상승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