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담배를 추방하자는 국민들의 덕도 있었지만 공기업으로는 전례없이
외산담배와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공사직원들의 희생과 공이
컸습니다"
김재홍 담배인삼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아직도 담배인삼공사를 과거 전매청
시절의 비효율적 조직으로 보는 정부나 사회의 편견에 이렇게 반론을 폈다.
그는 "다른 공기업들은 대부분 독점기업으로서 비효율이 있을수도 있으나
담배인삼공사는 이미 지난 88년부터 수입된 외산담배에 맞서 품질개선
감량경영 등 시장방어를 위한 피나는 노력으로 경쟁체질을 갖추었다"고 평가
했다.
그는 "공사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매청에서 공사로 전환당시
1만3천명이던 직원을 10년 사이에 6천명을 감원시켰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눈물겨운 제살깎기로 경영효율이 향상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투자기관중 정부에 대한 배당률이 지난해 7%로 가장 높아 국민
세금부담을 줄여준게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인삼공사가 올해까지 정부에 낸 배당금은 약 1조원으로 정부로서는 출자금
원금(1조3천억원)을 거의 다 받아간 셈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영합리화조치에다 외산담배로부터 국내담배시장을 보호하려는
공사의 노력은 눈물겨웠다고 말한다.
엔지니어출신인 김사장직무대행은 지난 92년 서울지역영업본부장을 맡은
이후 외산담배를 시장에서 쫓아내는데 성공해 "외산담배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직원들과 함께 일반유흥가만이 아니라 심지어 미아리 청량리 천호동 등지의
사창가 창녀까지 설득해 가며 외산대신 국산담배를 피도록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그는 "외산담배는 사회기층민을 먼저 공략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유흥가
등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공기업의 영업본부장이라는 체면을
무릅쓰고 술집아가씨들과 마주앉아 국산담배를 애용하라고 설득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1875년 일본은 한일합방전에 부두노동자를 중심으로 히노담배를
나누어 주고 우리국민의 입맛을 길들인 다음 한일합방이후에는 상류층으로
이를 확산시켰다"고 외국담배회사의 시장침탈수법을 소개했다.
김사장직무대행은 장기적으로는 담배시장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데다 공사가
민영화될 경우 수익이 줄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의 담배유통망을 활용한
유통업과 홍삼제조기술을 핵심역량으로 삼아 음료 제약업 등에 진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게 공사의 장기전략이라고 강조했다.
< 안상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