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팽팽한 균형을 이뤘던 증시가 일단 하락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환율.금리불안이 재연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7일만에 5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전저점(470.79)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장관계자들은 오는 19일께로 예정된 금융시장 안정대책에서 투자심리를
돌려놓을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증시는 또다시 깊은 겨울잠에 빠져들 것으로
보고 있다.

<> 증시 주변여건 악화 =통과될 것으로 점쳐지던 금융개혁관련법이 다시금
불투명해지고 있다.

금융개혁법통과를 전제로 마련되던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대한 기대감도
약화되고 있다.

재경원이 "실명제 보완"을 강한톤으로 부정해 오는 19일께 발표될 금융안정
대책에 뾰쪽한 것이 없을 것으로 분석되며 기대감이 많이 약해졌다.

"의병"으로 불리우며 외국인 매도에 대항하던 개인들의 매수도 강도가
약해졌다.

고객예탁금이 하루 5백억원씩 줄어들고 신용융자는 다시 3조원대에 진입할
기세다.

<> 외환.환율 불안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9백8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환율이 (장중 한때) 1천8원까지 치솟았다.

은행 종금 등 금융기관들이 올해말까지 상환해야 할 외환이 2백억~3백억
달러에 달한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외국금융기관들은 만기자금의 연장을 해주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에서는 "중도상환"을 요구하고 있어 외환자금사정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협조융자가 없으면 오는 12월중 한국이 외화부도를
낼 것이라는 루머가 국제금융시장에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해 파산절차에 들어간 것도
한국외환시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한국금융기관에 단기외화를 상당부분 빌려주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자구노력차원에서 대출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외국인 매물동향 =지난주말부터 소강국면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매물도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다시 나올 공산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금융개혁법통과에 따른 부실금융기관정리와 금융안정대책을
예의주시하며 관망세를 보였으나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17일 전장까지만해도 외국인매물이 거의 없었으나 후장들어 매물이 늘어난
것이 이같은 불길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 금리 상승전망 지속 =대부분 채권전문가들은 시중실세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13.5%이상, 심지어는 14%대로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요측면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채권을 사들일 여력이 없다.

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춰야 하는 은행들은 유가증권에 투자할 엄두를
못내고 공사채형 펀드의 해지요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투신사도
채권투자에 소극적이다.

신용위기를 겪는 종금이나 적자누적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외국인들은 주식에 이어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이탈하고 있다.

포항제철 삼성물산 등 채권투자를 해오던 국내 채권운용기관들도 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채권의 공급측면에서도 신규발행은 많지 않을 전망이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차환물량이라도 꾸준히 발행해야 한다.

지난 94년에 대거 발행된 전환사채(CB)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적잖이
차환발행될 전망이다.

이같은 이유로 채권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의 고공비행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홍찬선.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