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외환시장에선 원.달러환율이 급상승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의
혼란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요청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선 현재의 국내 금융 위기를 극복할수 있는 유일한 처방책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경제내정간섭 등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IMF 구제금융
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맞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어 구제금융을
결국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불가피론도 강하게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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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는 찬성론자들은 현재의 한국상황을 "사실상의
외환부도"로 규정짓는다.

이들은 정부은행이나 다를바 없는 산업은행마저 해외기채에 실패한 사실을
단적인 예로 들고 있다.

은행을 통해선 도저히 달러를 끌어올수 없으니 이제 정부가 나서라는 주문
이다.

1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도 조윤제 서강대
교수 등은 금융위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적인 자금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성론자들은 정부가 현재 검토중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효과에 지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종금사 구조조정이든,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든 장기적으로야 국내 금융산업
의 대외신인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겠지만 당장 급한건 단기대책이라는 지적
이다.

1년이내의 단기외채가 7백억달러에 이르러 매달 약70억달러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외환보유고로 버티는데는 한계에 도달했으니 긴급 수혈을
받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외채상환 불능상태로 추락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찬성론자들은 주장한다.

이들은 지금의 한국 외환위기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누누이 언급한다.

정부산하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해외 애널리스트들중 열이면 아홉이 한국의
펀더멘털(경제 기본여건)에 우려를 표시한다"며 "현재는 분명 태국보다
나은게 확실하지만 장기전망에선 모두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최근 달러확보를 위해 미국 일본등을 방문했던 은행장들도 한결같이
냉담한 대주들의 태도를 경험하고, "특단의 단기대책밖에 대안이 없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다.

구제금융 규모에 대해서도 이들은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태국 인도네시아가 2백억~3백억달러를 받았으니
4백억~5백억달러정도는 받아야 효과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얼마남지 않은 실탄(달러)을 허비하기보다 조금 수치스럽긴 하지만 확실한
효과를 갖는 외환안정대책을 마련하자고 찬성론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