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기구통합을 포함한 금융개혁법안의 국회처리가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국은행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은노조원들은 지난 12일밤부터 신한국당 점거농성에 들어간데 이어 본점
총재실에서도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만일 국회가 금융감독기구통합 법안을 통과시키면 3개 감독기관이
합동으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
이다.

특히 역대 한은 총재들도 14일 긴급모임을 갖고 금융감독기구통합에 반대
한다는 의사를 밝힐 예정이어서 금융개혁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제7대 한은총재를 역임한 민병도 한은동우회장(하얏트호텔회장) 등 역대
한은 총재들은 14일 낮12시 한은 본점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감독기구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

이날 모임엔 이정환 8대 총재(금호석유화학회장) 신병현 13대 총재 김준성
14대 총재(이수화학회장) 하영기 15대 총재(제일생명회장) 최창락 16대 총재
(금호그룹고문) 박성상 17대 총재(동아시아경제연구원장) 김건 18대 총재
김명호 21대 총재 등이 참석할 예정.

이날 모임은 최근 통합감독기구 설립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역대 총재들이 의견을 모아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마련됐다는 후문.

역대 총재들은 은감원 분리에 대해선 한은직원들보다 반대한다는 입장이
더욱 강경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의견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

<>.국회재경위 소위원회에서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자 한은직원들의 반발
분위기는 극에 달한 모습.

한은노조원 70여명은 지난 12일 밤부터 신한국당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한데
이어 이날부터는 1백여명의 직원이 이경식총재실을 점거한채 단식투쟁에
돌입.

또 이날 낮 12시에는 신한국당사 앞에서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노조와
함께 한은법 개악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노조원뿐만 아니라 부장과 임원 등 간부들도 재경원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며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분주.

한은 직원들은 이날 오후 "전직원 총사퇴 결의대회"를 열고 관련법률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전직원이 총사퇴하고 총파업에 돌입키로 결의.

<>.한은 직원들의 거센 반발과는 달리 이경식 한은총재는 금융개혁법안
처리에 찬성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 관심.

이총재는 이날 직원대표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감독기구통합 등에 합의해준
당초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금융개혁법안 저지에 나서달라는 직원들의
요구를 거절.

한은 직원들은 이에대해 금융개혁법안 성안에 합의해준 이총재로서는 수용
하기 어려운 요구라고 수긍하면서도 이총재가 지나치게 자신의 입지에만
신경쓴다고 비판.

이총재 측근은 그러나 이총재가 이달초부터 임원들이 통합감독기구설립
저지활동에 나서는걸 용인했다면서 이총재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주문.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