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된다.
7일 오후 8시50분 방송되는 SBS 70분드라마 "숙희.정희"와 오후 9시45분
방송되는 KBS2TV 금요극장 "은비늘"이 그것.
영화에서조차 다루기 힘든 소재를 드라마로 과감히 조명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숙희.정희"는 성인만화를 출판하는 3류출판사 교정원 숙희 (고미영)와
마을버스 운전기사 정희 (이선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이코스릴러물.
"머나먼 쏭바강" "모델" 등을 연출한 이강훈PD가 메가폰을 잡고 작가
박현철씨가 극본을 썼다.
마을버스 운전기사 정희는 남자같은 성격.
여성스러운 숙희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자주 부딛친다.
여기에 관음증 환자인 사진사 영진 (박광현)이 숙희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이들의 삶에 끼여들고 방송작가인 재서 (임채연)가 동성애자임을 가장한채
정희에게 접근, 방송출연을 제의하면서 두사람의 관계는 불안해진다.
동성애를 바탕으로 하지만 동성애를 직접 다루기보다는 이미지 중심의
감각적 영상으로 묘사했으며, 사회적 문제보다는 배신과 질투, 증오 등
인간의 감정적인 면을 주로 그렸다.
"은비늘"은 최지영PD와 작가 류갑열씨가 손잡고 만든 사회성 짙은
드라마.
청소년시절 성폭행을 당해 임신, 낙태한 그늘을 지닌 혜라 (노경주)는
자신을 정신적으로 돌봐주는 친구 인희 (이주경)에게 우정을 넘어선
동성애를 느낀다.
하지만 인희가 결혼하고 나자 깊은 좌절감과 상실감에 빠진 나머지
인희의 남편을 유혹, 임신하고 아이를 낳다 죽는다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두편 모두 드라마 소재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안방드라마에서 동성애를 다룬데 대한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방송가에서는 단막극이 다양한 소재를 개발, 소재 영역을 넓히는 것은
좋지만 소재경쟁보다 진정한 작품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