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인 리어왕이 보험가에 이야기거리로 등장했다.

문학작품으로서가 아니라 고령화사회로 급진전되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노인문제를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어서다.

다름아니라 작품의 줄거리가 주인공 리어왕이 가진 것을 자식들에게 물려준
다음 그들의 홀대를 받고 치매(노망) 환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

나이 80에 왕의 자리에서 물러날 결심을 한 리어왕은 아첨만 일삼는 맏딸과
둘째 딸에게 모든 재산을 건네주면서 그의 비극은 막이 오른다.

더욱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갖고 있는 막내딸을 쫓아내고서
말이다.

이때부터 그는 판단이 흐려지는 치매초기증상을 보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리어왕은 돈과 땅등 가진 것을 모두 물려준 다음 딸네 집을 오가며 살기로
했다.

그러나 아버지로부터 더이상 받을게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딸들은 그에게
멀어지고 이를 느낀 리어왕은 분노와 고통속에 광인이 변해 눈보라치는
황야를 헤매이게 된다.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그때 벌써 요즘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예견하고 이작품을 썼을까.

생노병사의 인생역정에서 치매는 분명 모든 사람이 처할수 있는 위험중의
하나.

보험사가 이를 놓칠리 없다.

이른바 간병보험 또는 일본말을 그대로 본딴 개호보험이란게 등장한 배경
이기도 하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돌볼수 없는 사람들은 별도의
요양소나 가정에서 전문적인 간병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어떤 질병을 고치는 의료행위와는 달리 간병은 이른바 하루하루 살아나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이때 들어가는 비용을 보험으로 커버할수
있게 만든게 바로 간병보험이다.

미국에선 먹고 옷을 갈아입고 목욕을 하며 용변을 스스로 처리하면서 집안
에서 움직이는 이른바 6가지 일상생활요건(용변을 참는 것을 포함)중 2가지
이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간병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규정짓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도 일찌감치 이쪽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 92년 삼성생명이 간병보험 성격이 짙은 에버그린보장보험을 시판했으며
적지 않은 보험사들이 연금보험 등에 노후간호 수발간호 간병연금 등의 특약
을 부쳐 간병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험의 관심도는 그리 크지 않은게 현실이다.

일반인의 관심이 부족한데다 전반적인 경기불황이 겹친 탓도 배제할순 없다.

그러나 95년말 65세이상 계층이 전인구의 5.7%에 머물고 있는 노령인구비중
이 2000년에는 6.8%, 2010년 9.4%로 예상되는 등 고령화사회로 옮겨가고
있다.

또 핵가족 등 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해 이보험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론 노후자금 내역에 자신에게도 닥쳐올지 모를 위험비용을 포함해야
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