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해외 주재원의 임금체계를 조정해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낮추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와함께 국내에서의 파견인원을 줄이는 대신 해외현지채용인원 비중을
늘리는 경우도 확산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그동안 국내에 비해 2.5~3배 높은 수준에서
획일적으로 적용해오던 해외주재원의 임금을 현실에 맞게 정비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이는 파견주재원과 국내임직원 및 현지채용인간 불합리한 임금체계로 인한
갈등을 줄이고 현채인 비중을 높여 수익성위주로 해외거점을 운영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또 전체직원중 해외근무자 비중이 높아진데다 최근의 환율급등으로 인한
해외임금부담 가중도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그룹은 현재 2천2백여명에 이르는 해외주재원의 불합리한 보수 보상
체계를 전면 조정,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천차만별인 해외사업장의 규모나 여건 등을 감안해 수당체계를 조정하고
업무추진비를 삭감해 해외주재원의 임금을 평균 10%정도 낮출 방침이다.

그룹 인사팀 권오택 상무는 "해외주재원에 대해 연봉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현지채용인과 급여격차에 따른 잡음을 차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대우 해외주재원들은 "업무추진비 등이 삭감될 경우 실질적인
임금인하폭은 20%를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도 올들어 미주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해외주재원에 대한
연봉제를 유럽 및 여타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관계사별 회의를 잇따라 열고
있다.

삼성그룹 인사담당자는 "11월 중순까지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할 계획"
이라며 "이 경우 수익성에 따라 통상임금이 감소하는 주재원이 나올 수 있다"
고 말했다.

현대는 94년말이후 해외임금을 조정하지 않아 사실상 3년째 해외주재원의
임금을 동결해왔다.

계열사별로 해외임금을 정하고 있는 LG그룹은 그룹차원에서 임금체계를
조정할 계획은 없으나 LG종합상사 LG전자 등 계열사별로 복리후생 및 수당
체계를 조정할 계획이다.

LG종합상사는 이미 2년에 한번씩 가질 수 있었던 가족동반 본국휴가를
정기휴가로 대체토록 했다.

선경그룹도 올들어 해외주재원의 임금을 동결하는 한편 지역별 생계비지수
등을 반영한 새로운 해외주재원 임금체계를 마련했다.

또 지난 5월 해외주재원 임금체계를 2년에 한번씩 조정키로 공표해 내년
에도 주재원에 대한 임금을 사실상 동결할 계획이다.

쌍용그룹은 (주)쌍용을 중심으로 기본급, 해외지역수당, 기타비용 등으로
지급해오던 주재원에 대한 급여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해외주재원의 평균
임금을 국내의 1.7배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밖에 효성물산 등 대부분 종합상사들이 해외주재원에 대한 평가항목을
늘리고 임금은 당분간 동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익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