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경제회생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것은 갈수록 침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경제를 더이상 방치할수만은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검찰 스스로 "특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번 검찰권 행사방안은 특히 검찰수뇌부의 공감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정의 칼날을 무소불위로 휘두르던 옛 모습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는데 일조를 하겠다는 경제검찰로의 변화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김태정 검찰총장이 이날 "기업인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 기업인들이 경제회생을 위한 검찰의 의지를 피부에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최근 신한국당이 제기한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의 비자금의혹사건에
대해서도 경제위기를 이유로 수사유보를 밝힌바 있다.

이는 김총장이 지난 8월 취임이후 줄곧 강조해온 "경제검찰상"을 재확인한
것으로 이날 발표한 "획기적인 조치"의 신호탄이 된 셈.

검찰이 이날 특별수사부장검사회의를 개최, 확정한 경제회생을 위한
검찰권 행사방안은 마치 경제부처의 종합경제대책을 뺨치는 방대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건전 기업인을 적극 보호하고 경제발전 저해사범을 철저히 단속한다는
2가지가 골자.

검찰은 우선 기업인의 신병을 신중히 처리하기로 기존노선을 바꿨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는 건전기업인을 적극 보호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업인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불구속수사로 기업의욕을 고취시키겠다는 것.

기업인을 무작정 구속할 경우 오히려 기업 회생의 길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위해 사안이 경미하거나 원상회복 또는 보완조치된 행정법규 위반사범
은 기소유예나 구약식을 적극 활용하고 감경구형등 최대한 관대히 처리해
나갈 방침이다.

또 연쇄부도 중소기업인은 피해 원상회복기간을 부여해 불구속수사하고
벌금집행시에도 분할납부나 납부유예 등의 조치로 기업경영활동에 매진토록
배려해 준다.

또 철저한 보안유지로 수사결과에 대한 근거없는 유언비어 확산을 막기로
했다.

기업인 수사시 내사단계에서 철저히 증거를 수집하되 기업주의 불안 신용
훼손 임직원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히 수사, 사건 처리를 되도록
빨리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도 특기할만하다.

검찰은 이밖에 전국에 설치돼 있는 "기업활동저해사범 신고고발센터"의
운영을 활성화하고 경제인과의 수시 모임을 통해 지역경제계의 애로를 직접
들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도록 함으로써 경제검찰로 거듭나는 검찰상
을 심는데 노력한다는 스케줄을 잡았다.

또 수사결과 드러난 문제점을 종합분석,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면 정부
정책에 반영토록 하는 "생산적인" 수사활동을 펼쳐 나가기로 한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반면 검찰은 기업의 약점을 이용한 협박 공갈범 및 상습무고사범 등 악성
기업활동 저해사범은 검찰의 모든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척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각 지역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일선 검찰청별로 지역특색에 맞는 우선
범죄단속 범죄를 선정, 집중 단속키로 한 것도 주목할 일이다.

아무튼 검찰의 경제살리기가 전례가 없는 만큼 경제회생에 어느정도
순기능을 할지 주목된다.

다만 지속적인 수사의지와 경제주체인 기업인들의 능동적인 참여의지가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궁덕.김문권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