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무 < 랭스필드 사장 >

골프클럽하면 의레 외국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심하다.

국산클럽 생산업체인 랭스필드를 창업해 이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지 7년이나 됐다.

열악한 시장상황에서 꾸준히 시장개척에 주력한 결과 이제야 국내외
시장에서 국산브랜드인 랭스필드가 빛을 보고 있다.

지금은 수출볼륨도 커지고 있을뿐아니라 골프장에서 라운드하는
골퍼들이 이 클럽을 쓰는 모습도 자주 찾아볼수 있게 됐다.

처음 랭스필드라는 브랜드의 골프클럽을 생산해 일반 골퍼 및 골프샵의
문을 두드렸을때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

소비자들로부터의 외면은 그렇다치더라도 마진 적고 지명도가 없다는
이유로 도.소매상들로부터 냉대를 받았을땐 사업을 그만둬야 할것 같다고
낙담도 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을 딛고 사업을 계속해온 것은 오로지 국산브랜드로
외제골프채 선호도를 꺾어보겠다는 나름대로의 오기였다고 생각한다.

창업당시 첨단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나라에서 레저용 소비용품을
수천억원어치씩 수입하는 것을 보고 값싸고 질좋은 제품을 생산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면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할수 있겠다는 사명감에서 사업에
착수했었다.

특히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는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선진외국의 변천사례를 보면서 사업전망이 밝다고 예측,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소득이 높아지면 골프 (Golf), 다시말해 Green Oxygen Life Foot의
약자로 "풀밭을 걸으며 맑은 산소를 마시고 즐기는 운동"으로도 해석되는
스포츠가 대중화 된다는 사실에 힘을 얻은 것이다.

사실 골프용품은 고부가가치 품목이어서 제품개발과 시장개척 결과에
따라 상당한 실적을 올릴수 있다.

내수시장에서 외국산을 밀쳐내고 제자리를 차지하면 적어도 5천억원의
수입대체효과를 얻게된다.

이에더해 수출을 본격화하면 외화획득효과도 크게 높일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골프용품산업을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끌어올리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수출여건이나 국내시장환경이 아주 열악하다는 뜻이다.

그 첫째는 골프클럽생산이 특수업종으로 분류되어지고 있는 점이다.

골프가 대중운동으로 인정돼 우리보다 훨씬 뒤진 나라에서 조차
스포츠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사치업종으로 분류,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자본규모가 영세한 우리 업계에서는 고금리의 자금을 끌어 제품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는 인건비와 물류비, 토지이용비가 모두 경쟁국과 비교해서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생산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다른 생산국에 비해 골프용품에 대한 세금이 월등히 높다.

다른 나라들은 대중스포츠용품 생산업종으로 인정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반면 우리는 원자재수급부터 특별소비세, 등록세, 교육세 등
많은 세금을 내야해 경쟁력이 약하다.

넷째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국산클럽의 질을 인정하지 않고 외제를 선호하는 의식을 바꾸는데
너무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비싼값을 주고 외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처럼 많은 제약 속에서 생산활동에 나서고 있는 국산골프클럽
생산업체들은 모두 국산브랜드로 승부를 걸겠다는 사명감과 저마다의
기술로 거센 파고를 헤쳐가고 있다.

우리의 경우 외산 골프클럽과 승부를 내기 위해 고객의 체형과
스윙스타일에 적합하도록 마춤골프클럽생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샤프트의 종류만도 50여종에 이르고 강도 길이 무게가 모두 틀려 클럽을
선택하는데 여러가지 문제가 따른다.

사람마다 체형에 차이가 큰데 헤드의 무게, 로프트, 사프트의 강도와
길이, 그립의 두께, 전체 중량이 같을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주문제작으로 고객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고 아프터서비스에
주력하는 판매정책으로 외산에 정복된 국내 클럽시장의 탈환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00년대에는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국산클럽이 국내외
시장을 휩쓸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이같은 업계의 노력이 가속화되도록 당국과 소비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봄 회사를 직접 방문해서 골프클럽을 주문하셨던 어느 고객의
격려가 생각난다.

영국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기위해 골프채를 대여해 썼는데 너무
잘맞아 브랜드를 살펴보니 국산제품인 랭스필드여서 회사를 찾게 됐다는
얘기다.

그 순간 느꼈던 가슴 뿌듯한 보람을 격려삼아 최선을 다해 좋은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다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