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회화사를 찬란하게 마감하는 동시에 현대회화의 서막을 열어놓고
간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 (1843~1897).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762-0442)이 19일~11월2일 그의 1백주기 기념
특별전을 마련하고 있다.

산수 인물 화조 사군자 영모 기명절지 등 모든 화과에 두루 능했던
오원은 진경풍속화풍의 전통을 외면한채 중국화풍의 맹목적 모방에
급급하던 조선조 말기 활약했던 대표적인 작가였다.

어떤 그림이라도 한번 보기만 하면 그대로 따라그릴수 있는 천재성을
갖고 있던 그는 일자무식이었다고 알려질만큼 배운 것이 없음에도 불구,
모든 분야에 천재적 기량을 보였고 특히 중국역대 화가의 화풍중 구사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오원은 또 얽매이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방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그의
이러한 기질은 강렬한 필법과 묵법, 그리고 과장된 형태와 특이한 설채법
등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문기어린 격조보다 뛰어난 기량이 돋보이는 그림을 그린
그는 산수에서는 원말사대가와 청초 사왕오운 계통의 남종화 및 북종화,
기명절지에서는 청말 조지겸 오창석의 화풍과 근대감각이 밴 음영법을
수용하기도 했다.

오원의 이러한 화풍은 그의 제자였던 안중식 조석진에게 전해져
우리나라 근대회화의 토대를 이뤘다.

전시작은 오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삼인문년도" "귀거래도"를 비롯
50여점.

"미산이곡" "도원상루" 등 산수와 "송하녹선" "추정구선"등 인물,
"군연농춘" "죽원양계" 등 화조가 망라돼 있다.

오원의 작품과 이를 근거로 한듯 보이는 제자 조석진의 작품을 함께
전시, 스승과 제자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볼수 있도록 했다.

전영우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은 "교육받지 않은 그의 천재성은 결국
정통화법에 구애받지 않는 방종한 작화태도로 나타나서 전체적으로
조방성을 드러내게 된다"며 "이런 특징은 전통학맥이 단절된
근현대사회에서 오히려 합일점을 이루는 결과가 돼 오원이 현대한국화의
시조로 추앙받는 것든 그 때문이라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