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잇따른 부도여파로 은행들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급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금융채를 후순위채권으로 발행하고 보험사들로부터
후순위차입을 꾀하는 등 자기자본비율을 떠받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한보 삼미 진로 대농 기아 쌍방울 등 대기업의
잇단 부도로 인해 은행들의 부실여신은 올연말 10조원을 넘어 추가로 적립
해야할 대손충당금도 4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은행들이 이만한 돈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으면 하나 국민 등 일부 은행을
제외하곤 대부분 은행이 무더기로 적자결산을 할 것으로 예상돼 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 함께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임원은 "현재와 같이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기업들의 여신을
고정이하로 분류할 경우 위험가중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적자에 따른
자기자본잠식으로 자기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위험가중자산 증가액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대형은행의 경우 적자
1천억원당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0.3%가 하락하게 된다고 밝혔다.

15개 시중은행중에선 자기자본비율이 10%를 넘는 신한은행과 한미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은 BIS가 정한 최저 자기자본비율인 8%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발행할 예정인 금융채를 후순위채권으로
발행, 투자신탁회사에 전량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예컨대 5년이상 금융채를 후순위채로 투신사에 매각하는 대신 그만한
금액만큼 투신사 수익증권을 매입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또 보험사로부터 대규모 후순위차입을 하고 그대신 종업원종퇴보험에
가입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은행들은 이와함께 부실채권을 우선적으로 성업공사에 인수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아 등 부실화기업관련 여신의 분류를 완화해
주거나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을 줄여주는걸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