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재정경제원에 대한 재경위 감사에서 의원들은 여야 없이 주가폭락,
대기업 연쇄부도와 그에 따른 "금융대란" 등으로 우리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졌는데도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질책했다.

일관된 경제정책이 있긴 있느냐고 따지는가 하면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쏟아부어 강경식 부총리 겸 재경원장관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자민련 이인구 의원은 강부총리가 국내 경제위기 상황을 방치한 채 외유를
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질책한 뒤 해임결의안을 제출해야
마땅하나 며칠 더 지켜보겠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같은당 김범명 의원은 "이나라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하는데 최대의
걸림돌이 되는 곳이 재경원 아닌가"며 "자유경제 운영기법도입을 위해
차라리 외국인을 재경원장관으로 영입하는 것이 어떤가"고 꼬집었다.

민주당 제정구 의원은 "정부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시장경제
원리만 내세우며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가 하면 금융기관의 부도만 막으면
된다는 안이한 대처로 위기를 부채질했다"고 지적하고 경제위기를 타개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신한국당 나오연 의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부총리가 지방이나 다니는가 하면 홍콩에 다녀오는 등 집에 불이
나도 불을 끄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집권 여당인으로서도 긴급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데 대해 참을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나의원은 또 "금융감독기관의 통폐합 등 형식적인 일에 매달리지 말고
먼저 금융기관의 경영혁신을 통한 수지개선과 이를 통한 금리인하 등에
금융개혁의 주안점을 두라"고 주문했다.

기아문제와 관련, 의원들은 재경원의 국민경제를 도외시한 "숨은 의도"
때문에 경제적 여파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자구노력 지원이나 화의 등의
방안이 오히려 회피 되고 법정관리-제3자 인수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한국당 박명환 의원은, 강부총리가 강조한 정부 불개입 선언의 "허구성"
을 지적하면서 "만약 강부총리의 누차 언급이 진실이라면 기아문제에 개입
하고 있는 재경원 직원들을 당장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의원은 또 "강부총리는 기아의 제3자 인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별 대책없이 법정관리하다가 금융교란이 심화되어 기아의 조기
제3자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