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은 17일 열린 한.일재계회의에서 "글로벌경쟁
시대의 정부와 기업의 역할 재조명"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최적의
경영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연요지.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기업 보다 시장에 대해 아는 것이
더 많다"라는 기본적인 가정하에 정부가 특정 상품에 대한 시장을 창출하고
주요 자원에 대한 배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그러나 국내외 시장이 통합되고 시장 자체의 글로벌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이런 가정은 더 이상 성립될 수 없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1%에서 6%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경제자유화와 시장기능의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스스로 과거부터 갖고
있던 시장과 경제정책운용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많다.

우선 인력활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동관계법의 개정이 절실하다.

둘째로 금리를 시급히 낮추어 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로 민간 부문의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성장잠재력이 크게 배양될 수 있도록 사업간접자본 확충이나
기초과학기술능력의 보완과 같은 정부의 기능을 더욱 강화돼야 한다.

기업경영의 글로벌화를 정부와 기업의 관계에서 보면 기업이
협력파트너로서의 정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나라든지 정부가 기업들에게 효과적인 경영활동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면 그 정부는 언제든지 기업들로부터 외면 당할 수
있다.

이것이 글로벌경쟁 시대를 맞아 정부가 자신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개혁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