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대량 판매의 대명사인 할인점들의 책판매 확대로 "책=정가판매"라는
기존의 도서유통 관행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것.
시중서점들 또한 전에 없던 할인판매를 실시하는 등 할인점의 시장잠식을
저지키위한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어 책시장의 가격파괴 바람은
갈수록 거세지는 추세이다.
할인점이 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미만으로 아직은 미미하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시중가격보다 최고 35%까지 싸게 판매하기
때문에 그 여파는 엄청나다.
프라이스클럽 E마트 등 할인점 주변의 중소형 서점들 중에는 이미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소형 서점들도 할인점의 저가판매에 맞서 단골손님을 대상으로 10%가량의
할인판매를 실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탈하는 고객의 발길을
되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과천에 있는 과천문고, 광화문의 숭문사, 부천의 부천서적 등의 경우처럼
할인점과 같은 가격파괴로 활로를 모색하는 서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할인점들이 평균 20%가량 시중보다 책값을 낮춰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마진을 줄여 판매량을 늘리는 박리다매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서점들은 보통 30%가량의 마진을 취하지만 할인점들은 이를 10%정도로
낮췄다.
또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판매하니 재고부담이 거의 없으며 회전율도
일반 서점에 비해 10배이상 높다.
아직은 할인판매에 대한 출판사 서점연합회 등의 저항이 거세 할인점의
서적코너는 제대로 구색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베스트셀러 위주인 할인점의 책판매 확대는 전문서적 기피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책도 하나의 상품인 이상 가격파괴의 시대적 흐름은 거스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할인점의 도서판매 현황 ]
회원제창고형매장인 프라이스클럽은 소설 수필 레저 시집 어학 아동
컴퓨터 잡지 등 모두 2백10여종의 책을 취급하고 있다.
소설 수필 등 베스트셀러는 정가에서 평균 27% 할인해 판매한다.
아동서적은 27~37%가량 싸다.
어학과 컴퓨터 관련서적은 23%, 잡지는 20%가량 저렴하다.
각 점포당 한달 평균 3만여권(1억5천만원)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프라이스클럽 양평점의 서범석 매입팀주임은 "주고객인 30,40대 주부들의
반응이 좋아 점차적으로 취급하는 서적의 종류를 더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마트는 유아동관련서적 사전 참고서 잡지 소설 등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1천여가지를 판매한다.
할인율은 유아동서적이 30%, 베스트셀러가 20%, 참고서와 잡지는 10%
가량이다.
일산점을 제외한 창동점 분당점 안산점 서부산점 등 9개 점포에 서적코너가
개설돼 있으며 9개 점포에서 한달평균 15만권 가량이 판매된다.
뉴코아백화점이 운영하는 킴스클럽은 5백여종의 전집류와 3가지 종류의
백과사전을 30~40% 싸게 팔고 있다.
킴스클럽 과천점의 경우 잡지 아동문학 학습지 등 1만여종 이상을 5%
할인판매한다.
외국계 할인점인 까르푸와 마크로도 서적을 취급하고 있다.
까르푸의 경우 문학 잡지 레저 학습지 등 8백44종류의 책을 정상가보다
5~20% 싸게 팔고 있으며 마크로는 유아용 서적에서부터 소설 사전 학습지
컴퓨터잡지 등에 이르기까지 1천여종류의 책을 구비하고 있다.
할인폭은 유아 및 아동서적 25%, 소설 문학류 15%, 비소설 사전 학습지
컴퓨터관련서적 10% 등이다.
[ 시중서점의 할인판매 ]
광화문에 위치한 숭문사(736-7275)는 60여평규모의 매장에서 2만여종류의
책을 할인판매하고 있다.
소설 등 베스트셀러의 경우 정가보다 20%가량 싸게 판매한다.
문학 참고서 어학 아동관련 서적은 모두 15%가량 싸게 내놓았다.
잡지도 일반서점에 비해 10%가량 저렴하다.
숭문사의 조명국 부장은 "주변에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이 위치해
있지만 할인판매가 큰 효과를 거두고 있어 영업이 잘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과천에 있는 과천문고(502-8484)는 아동 소설류 수험서 컴퓨터서적 등
각종 서적을 싸게 팔고 있다.
이중 아동류의 할인폭이 20%로 가장 높다.
또 일반단행본은 15%, 수험서 컴퓨터서적 등은 10%가량 싸게 판매한다.
부천에 있는 부천서적(032-342-6617)은 각종 전집류 백과사전 등을 보통
30~40%가량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공무원연금매장과 복지매장 사내조합매장 등에서도 베스트셀러
위주로 5백~6백여종류를 10~20%가량 저렴하게 팔고 있다.
< 류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