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프로젝트의 입찰관행이 정상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건설공사 입찰에서나 흔했던 덤핑입찰 담합 부정입찰등이 국가경쟁력강화의
초석인 전산시스템구축 프로젝트 입찰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다.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입찰에 참여, 선의의 경쟁업체에 피해를 주는가 하면
발주자측이 기술심사를 무시하고 저가 입찰자에게 공사를 맡기는 사례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부정입찰시비에 휘말린 발주처가 입찰결과를
백지화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발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업체간 출혈경쟁에서 비롯된 이들 덤핑수주, 부정입찰 시비등은 결국
SI업계의 공멸을 가져올 뿐이라는 위기의식이 업계에 점차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인천광역시가 발주한 "인천광역시 지역정보화 기본계획수립"프로젝트
입찰은 SI프로젝트 입찰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나타내준 사례라고 할수있다.

1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은 2백90만원의 가격을 써낸 업체에게
돌아갔다.

상상밖의 일이지만 이업체 만을 탓할수도 없다.

함께 수주 경쟁을 벌였던 업체들도 예가의 3분의1에도 못미치는 수준의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덤핑입찰 문제가 특정 업체를 벗어나 업계 전반적인 현안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개월여 동안 부정입찰 시비에 휘발려있는 산재의료원의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입찰도 SI프로젝트 입찰의 또다른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부적격 업체 선정"시비에 휘말려 발주처와 업체간
공방이 계속되다가 결국 산재의료원이 입찰결과를 백지화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 사안은 법적으로 비화, 법정에서 입찰과정의 정당성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입찰과정에서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데서 발생한 문제였다.

지난 8월 한국전산원이 발주한 인트라넷 기반의 통합정보시스템구축
프로젝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산원을 최저가낙찰제 입찰을 추진, 결국 예정가의 절반수준에 공사를
맡긴 것.

업계에서는 이들 두고 "공공부문 정보시스템의 안전을 감리하는
한국전산원이 자체 사업조차 최저가 낙찰제를 고집, SI 덤핑관행을 방조
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산시스템구축 사업 입찰을 둘러싼 제살깍기 경쟁, 부정입찰 시비
등은 올들어 눈에 띠게 늘어났다.

올해 발주된 조달업무 EDI(전자문서교환)구축 프로젝트, 우편업무전산화
사업, 체신신금융망 프로젝트 등은 입찰후 덤핑입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발주금액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입찰후에는 여지없이 시비가 발생,
관례화되다 시피 했다.

이처럼 올들어 SI시장에 덤핑입찰이 크게 늘어난 것은 경기불황과
무관하지는 않다.

업체마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공공SI 사업을 따야 살아남을수 있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는 탓이다.

게다가 올들어 SI시장에 신규진출한 업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시장상황은
점점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덤핑관행을 만연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프로젝트의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SI업계의 덤핑입찰및 부정입찰 관행을 근절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