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의 세계화는 멀었다"

지난달 28일 끝난 한국오픈과 로즈오픈을 통해 나타난 갤러리들의
관전태도를 보고 나온 한결같은 얘기다.

두 대회 모두 연장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보이며 막을 내렸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갤러리들의 매너는 거의 0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발적인 골프인구 증가에 따른 부작용으로 여길수도 있지만, 그런
무매너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사례1

로즈오픈 2라운드가 열린 27일 88CC 9번홀 그린.

그린에서는 한국의 오은미 연용남, 일본의 스즈코 마에다가 퍼팅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5m도 안떨어진 바로옆에서 한 노인갤러리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통화는 오은미가 어드레스를 할때까지도 계속됐다.

보다못해 갤러리들이 그치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당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통화를 마친뒤 핸드폰을 껐다.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질수 있는지.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사례2

한국오픈 최종일 경기가 펼쳐진 28일 한양CC신코스 5번홀 그린에서 였다.

마지막조인 김종덕과 호주의 존 센덴을 보기 위해 2백여명의 갤러리들이
모여있었다.

갤러리들중에는 어린이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들의 소란이 그치지 않았다.

김종덕도 여러차례 어드레스를 풀곤 했지만, 센덴은 노골적으로 소란의
진원지를 가리키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골프장에 아예 어린이들을 동반하지 말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들렸다.

<>사례3

한국오픈에서는 또 엉뚱한 애국심이 발동한 사례도 있었다.

최종일 사진기자 한 사람이 존 센덴의 규칙위반을 보았다며 경기위원에게
어필한 것이다.

센덴이 7번홀에서 퍼팅하려는 순간 볼이 움직였는데도 그대로 쳐
홀아웃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조여서 경기위원 한 사람이 따라붙었고, 동반자인 김종덕도
있었으며 갤러리들도 많았지만 그 사진기자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센덴 본인도 화를 내며 "네가 누군데 어필하느냐"며 신경질을 부렸다.

물론 선수들이 규칙위반을 하고 갤러리나 제3자가 그것을 지적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이번 사례는 엉뚱한 애국심의 발로가 아닌가 하는
해석이 많았다.

<>세계적 선수는 본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그 선수가 자라날수 있는
환경도 무시할수 없다.

국내선수들도 신경을 곤두세울수밖에 없는 갤러리들의 무매너 풍토에서
타이거 우즈같은 스타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서울여자오픈 삼성월드챔피언십등 세계적 대회가 아직 남아있다.

그 대회에서라도 선수들로부터 "한국 갤러리들의 수준은 그 정도니
우리가 이해해야 돼"라는 평가는 듣지 말아야 할것이 아닌가.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