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유예 종료 '기아'] 협력업체 '연쇄도산' 위기
기아그룹에 대한 부도유예협약이 29일 종료되면서 금융권의 지원이 전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기아그룹에 물품을 납품하고 받은 진성어음을 할인할 수있는 길이 끊겼고
만기가 돌아온 어음도 기아가 현금결제를 하지않는 이상 휴지조각에 불과
하다.
특히 지난주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결정
으로 채권.채무가 동결되면서 만기도래 진성어음을 교환청구할 근거도
없어진 상태다.
이에따라 생산제품의 전부를 기아 계열사에 납품하는 8백여개의 협력업체는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생산제품을 현대 대우등에 분산납품하고 있는 5천여개의 협력업체들도
상당한 자금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들 협력업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정부도 채권단도 마땅한 지원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오히려 지금까지 어음할인을 통해 지원해준 4천7억원도 날려야할
판이다.
현행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 8조에 따르면 "파산이나 화의 법정관리등을
신청한 채무자는 기존 할인어음을 인수한 자에게 당연히 변제의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다.
물론 신규어음할인도 금지돼 있다.
따라서 지난 22일 화의를 신청한 기아그룹 계열사들은 자신들이 발행한
진성어음 할인분을 채권은행에 갚아야할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 돈을 되돌려받기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금융기관은 거의
없다.
기아계열이 발행한 진성어음을 대상으로 4백17억원의 특례보증을 서준
신용보증기금도 고스란히 대위변제책임을 떠안게 됐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아계열사들의 화의신청이후 은행거래기본약관에
따라 지금까지 단한건의 특례보증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더이상 다른
지원책이 있을수 없다"고 말했다.
또 금융권은 부도유예협약이 종료된 만큼 협력업체를 더이상 지원할만한
"현실적인 명분"도 없어졌다고 보고 있다.
당초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은 기아그룹이 협약적용기간중 정상적으로
운영될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따라서 기아그룹이 협약적용기간이 지나 화의나 법정관리등 통상적인 부실
기업처리 수순을 밟게된 만큼 은행들이 협력업체를 지원할 이유가 없게된
셈이다.
문제는 기아자동차등의 현금결제능력이다.
금융권의 신규자금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하루평균 2백억원대에 달하는
물품대금을 기아그룹이 막아낼수 있을지는 극히 회의적이다.
이런 상태에서 기아는 완성차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별적인 현금지원에
나설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 경우 나머지 업체들의 자금난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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