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과 서로
사랑하며 공생공영하자는 이 잡지를 대할 때마다 나는 감동을 받는다.
"녹색평론"은 시중 서점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널리 알려진 잡지는
아니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대강 안다.
물신주의에 너무 깊이 빠져 있지 않거나 과학만능 주의에 약간의 회의를
품거나, 그래도 양심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 잡지를 보고 틀림없이
감동을 받을 것이다.
언젠가 어느 여성으로부터 "녹색평론을 읽는 사람은 웬일인지 믿게 되데요"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잡지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매호 좋은 글들만 실어왔지만 이번호
(9.10월호)도 마찬가지다.
우선 철학자 박이문교수의 "생태학적 합리성과 아시아철학"이란 논문이
서두를 장식한다.
자연을 끊임없이 수탈해온 인간역사는 주로 서양에서 이루어졌고, 그것을
바탕에 둔 서양철학이나 사상은 "합리적" 혹은 "전통적"이란 말로 대접을
받아 왔으나 이제는 우리 자신과 우주에 대한 개념에 있어 코페르니쿠스적인
혁명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인간 중심의 서구사상보다 우주 전체를 아우르는 동양사상의
타당성을 주장한다.
얼마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었다.
다음세기 초에는 중국의 GNP가 미국의 그것을 가차없이 능가할 것이라는게
정설이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적으로 그토록 부강해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중국인들의 삶의 질이 진정 좋아질 것인가.
그런 점에 대해서 리처드 스미스가 "중국의 경제개발과 지구환경"이란
글을 발표했다.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 그것이 몰고 올 환경파괴..
그의 글에서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의 자동차열풍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만 녹색교통운동가인 임상진씨의 "자동차에 관한 미신들"이란 글은
정말 재미있다.
환경을 이야기하며 친환경행동이 제대로 실천에 옮겨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빠른 것이 선이다"라는 신념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영웅 < 소설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