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가 회계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식투자를 했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회계감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고 그 결과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다면 회계감사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결과가 주가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임을 분명히하고 회계감사인의 책임을 포괄적으로 묻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용훈대법관)는 19일 오모씨가 지난 94년 1월
부도난 (주)한국강관의 회계감사를 했던 청원회계법인을 (주)한국강관(현
신호스틸)의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감사보고서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자료로 투자가는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됐으며 주가는 이를 바탕으로
형성됐으리라 믿고 투자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이 오씨가 감사보고서
를 판단자료로 삼아 투자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오씨가 입은 손해액은 부실감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기전에
형성된 주가와 거래정지가 해제되고 거래가 재개된 후 계속된 하한가를
벗어난 시점에서 정상적으로 형성된 주가와의 차액"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외부감사법이 정한 손해배상청구시한(부실회계감사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났더라도 회계법인은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한국강관에 대한 부실회계감사 사실이 증권감독원에 의해 발표되기
전인 지난 93년 10월과 발표직후인 같은해 11월 각각 한국강관주식 1천주씩
을 샀다가 95년 1월 이 회사가 부도나자 보유주식을 매입가격의 3분의 1
가격에 판 뒤 회계법인을 상대로 2천3백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청운회계법인은 한국강관이 92년 결산시 재고자산과 외상매출금등
5백40억여원을 과대계상, 18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는데도 19억여원의
순이익을 낸 것처럼 재무제표를 거짓 작성했는데도 "적정의견"이 표시된
외부감사보고서를 내 93년 11월 증감원에 의해 경고와 감사업무 제한조치를
받았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