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경기지사가 13일 출마를 공식 선언, 연말 대선구도는 일단 이지사를
포함 신한국당 이회창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 민주당 조순후보간의
5파전 양상을 띄게 됐다.

DJ와 JP간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진행중이나 현재까지의 자민련내
분위기로 봐 JP의 출마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고 신한국당 후보경선에서
중도 포기한 박찬종 고문은 독자출마를 고려중이긴 하나 이인제지사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지사의 출마는 그러나 외형상 한명의 후보가 늘었다는 차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여권후보가 사실상 두명 나왔다고 봐야 한다.

역대 대선에서 야권이 후보를 단일화하지 못해 여권에 패한 예는 있지만
여권이 나뉘어 지기는 처음이다.

복수의 여권후보가 나올뻔한 경우는 지난 92년 당내 경선에서 실패한
이종찬 전의원이 독자출마를 하려던 때였으나 그는 중도에 출마를 포기
했었다.

이제 신한국당의 이대표와 이지사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여권표 쟁탈전
을 벌이게 됐다.

양자간의 지지도 대결에서 이겨야만 반DJ정서를 가진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양자 대결에서 지는 후보는 군소후보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현재까지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5파전의 경우 이지사가 김대중총재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이대표에 비해서는 5% 정도 앞서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표와 이지사는 이와함께 전통적인 여권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상당부분
잠식할 가능성이 있는 김종필 조순총재에 대한 견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번 대선에서는 이대표와 이지사 진영간에는 극도의
감정대립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여권분열로 인한 양측의 극심한 견제는 대선 전반에 걸쳐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타락상이 연출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지사의 독자출마 선언으로 정치권의 목전의 관심사는 신한국당내에서
몇명이나 또 어떤 인사들이 이지사와 행보를 같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지사측은 조직과 자금은 어차피 열세를 면치 못할 것인 만큼 "도덕성과
젊음"을 무기로 지지도를 넓혀간다는 전략이어서 몇명이나 동반 탈당할 것이
냐에는 크게 게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지사측은 그러나 민주계의 핵심 중진인 서석재 서청원의원 등이 뒤늦게
나마 합류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들이 이지사 캠프로 이동할 경우 상당수의 민주계 인사들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영남에서 대중적 지지도가 있는 박찬종고문의 지원이 있을 경우
결정적으로 유리해질 것이라며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지지율 추이를 봐가며 조순총재와 후보단일화를 포함한 공조문제를
협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지사는 특히 민주당내에 있는 "참신한" 인사들이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부인사들과는 상당히 깊은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한국당 일부의 이탈 내지 이지사의 세구축 작업외에도 추석연휴 이후
이지사의 지지율 변화여부도 비상한 관심사다.

그동안 선두권을 달려온 지지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지사는 "절반"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지율이 대폭 떨어지거나 이대표에게도 밀리게 될 때는 당선은
차치하고 정치적 장래에도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지사가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고심해온 "경선불복"이나 자금과 조직의
열세부분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또한 이지사의 출마를 극구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영삼 대통령이 향후
이지사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지도 관심이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4일자).